[2020 유통결산③] '프리미엄'으로 버틴 백화점…지원책에도 허덕인 면세점

국내 유통업체 중 백화점과 면세점이 코로나19 여파에 가장 힘든 한해를 보냈다. 사진은 지난 18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점이 문을 닫은 모습. /한예주 기자

백화점·면세점 코로나19에 매출 뚝…"내년에도 일단 버티는 수밖에"

[더팩트|한예주 기자] 지난 한해 국내 유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소비자들의 외부 활동이 위축되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고, 특히 온라인몰 비중이 크지 않은 백화점은 실적에 치명상을 입었다. 여유자금이 생긴 일부 소비자들이 명품이나 리빙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소비를 늘렸지만,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면세점들은 말 그대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하늘길이 막히자 관광객이 급감했고,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 모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했다. 공항면세점 임대료 감소, 재고면세품 판매, 제3자반송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됐지만, '황금알을 낫던 거위'라는 옛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백화점과 면세점 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 국내 소비자들이든 해외 관광객이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이 오지 않는 이상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 백화점, 오프라인 유통업체 중 최악…명품·리빙 덕에 숨통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 사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접근성과 오프라인 마케팅 비중이 높은 백화점업계는 매출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 1차 유행기였던 3월 백화점 매출은 40.3% 급감했다. 대형마트(13.8%), 편의점(2.7%) 등 생필품을 판매하는 다른 오프라인 채널과 비교했을 때 감소세가 확연했다. 2분기엔 8.4%, 3분기엔 5.0%로 감소세가 줄었고, 코로나 확산세가 안정됐던 10월과 11월에는 작년보다 매출이 각각 4.2%, 4.3% 증가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대를 넘어서자 백화점 매출은 다시 뒷걸음질쳤다.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된 첫 주말(12~13일) 백화점 3사 매출은 전년 대비 8~14%가량 줄었고, 이후에도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그나마 백화점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명품' 때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명품 매출과 함께 가전제품이 포함된 가정용품 매출도 백화점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 명품은 3월을 제외한 4~10월 전년 대비 매월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적을 땐 8%, 많을 땐 30% 이상 매출이 올랐다. 가정용품 매출 추이도 비슷했다. 4~10월 매월 10~20% 성장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이 여유자금으로 고가 제품을 선택한 것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급격하게 되살아나는 이른바 '보상소비'도 명품 가방이나 TV·냉장고 등에 대한 소비를 부추겼다. 리빙 매출 향상에는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2020년은 명품과 리빙이 모든 백화점의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매출은 처참한 수준이었고 아직 긴장을 늦출 단계도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백신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백화점은 소비 위축에도 명품과 리빙 등 수요에 힘입어 버틸 수 있었지만, 면세점들은 각종 지원책에도 고객이 없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팩트 DB

◆ 면세점, 코로나19에 매출 반토막…지원책에도 속수무책

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자였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업계 큰 손이던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들의 발길이 끊기자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247억 원이었지만 4월 9867억 원으로 급감했다. 최저점을 찍은 4월 이후 회복세에 진입해 10월 매출은 1조3893억 원까지 올라왔지만, 1월 매출과 비교해보면 68%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기업 면세점을 제외한 중견·중소 업체는 모두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면세점도 3월 말부터는 일제히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4월부터는 휴점은 물론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였고, 유·무급 휴직은 물론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일부 시내 면세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인천국제공항면세점 제1여객터미널(T1) 면세 사업권 신규 사업자 입찰은 올해만 세 차례 유찰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자 유치를 위해 매출 연동형 임대료까지 도입했으나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이처럼 위기에 처한 면세업계를 돕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면세점들이 적자 수렁을 벗어나긴 역부족이었다.

가장 먼저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은 공항 임대료 감면이었다. 내년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납부 방식이 기존 고정임대료 형태에서 매출과 연동된 품목별 영업요율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은 한 달에 450억 원 상당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최근 특허수수료 감면에 대한 관세법 개정안도 통과돼 면세점은 고정비 부담을 덜게 됐다. 올해 국내 면세점이 납부해야 할 특허수수료는 740억 원 수준이었다.

매출을 낼 수 있는 지원책도 마련됐다. '제3자 국외반송'과 '재고면세품 내수 판매'가 골자였다. 제3자반송은 세관 신고만 마치면 면세품을 원하는 장소로 보낼 수 있도록 한 조치였고, 재고면세품 판매는 면세 물건 국내 통관을 허용해 국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게 한 조치였다. 이 중 재고면세품은 지난 6월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풀리자 판매 첫날 대부분 제품이 품절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면세점 매출에서 제3자반송은 약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달에 종료된다"면서 "재고면세품 역시 초반엔 인기를 끌었지만 판매 제품도 한정적이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시들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은 매출을 어떻게든 짜내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등 코로나 극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출입국이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원활해지려면 최소한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단은 정부 정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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