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H, 배민 인수하려면 요기요 팔아라"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기업결합에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구글플레이스토어 캡처

배민-요기요 M&A 심사 결과 발표…"시장 경쟁 제한 우려"

[더팩트|이민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제시했다.

28일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 에스이(DH)가 우아한형제들(배민)의 주식 약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한다고 밝혔다.

조건은 DH가 운영하는 배달앱 업체 중 하나인 요기요 매각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에서 요기요, 배달통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음식점, 소비자,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앱 플랫폼이 매개하는 다면 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전방위적으로 미치는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됐다며, DH에게 DHK(요기요) 지분(100%) 전부를 매각하는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매각 기한은 6개월이다. DH는 DH코리아 지분 전부를 제3자에 팔아야 한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면 최대 6개월까지 매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는 요기요 매각 외에도 추가 조건을 달았다.

배민 인수 후에도 DH가 보유한 배달통 등 다른 배달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했으며,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도 바꿀 수 없다.

여기에 소비자에게 매년 전년 동월 이상의 프로모션 금액을 써야 하고 배달원의 근무 조건을 불리하게 바꾸거나 정보자산(음식점 DB)을 이전하거나 공유해서도 안 된다.

공정위가 양사 결합에 조건을 단 배경은 단연 양사의 높은 시장 점유율이다. 시장 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DH와 배민 시장 점유율은 90.8%다.

공정위는 배민-요기요 합병이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당사회사 점유율 합계가 2019년도 거래금액 기준 99.2%로 1위이고, 2위인 카카오 주문하기와의 격차가 25%p 이상으로 경쟁제한성이 추정된다"며 "과거 5년간 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경쟁앱이 없었고, 쿠팡이츠가 성장하고는 있지만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배민과 요기요 간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 감소, 음식점 수수료 인상 등 경쟁 제한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이 축소되거나 기존 입점 음식점들에 대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배민과 요기요간 경쟁관계를 유지시켜 소비자 후생을 증진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공정위는 "상호 간의 혁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은 유지하면서도 양사간 결합은 허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는 달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플랫폼 분야의 경쟁 제한 행위 억제와 입점업체 및 소비자 등의 피해방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양사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DH는 자사 첨단 물류시스템 및 세계 각국에서의 배달앱 운영 경험을 배민의 마케팅 능력과 결합함으로써 국내외에서 서비스 품질과 사업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합병 계획이 발표되자 곧바로 배달비, 중개 수수료 인상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당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양사의 인수·합병 발표로 우리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사의 각종 수수료 횡포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한다"며 "독일 자본에 배달앱 시장 전반이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두고 수수료 인상을 비롯한 배달앱 사의 횡포가 현실화할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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