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히어로즈 파문에…메인스폰서 김익래 회장, 속앓이 깊어지나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광고선전비용으로 222억3529만 원을 쏟아부었다. 왼쪽 작은 사진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다우키움그룹 제공·더팩트 DB

키움히어로즈 논란에 키움증권 이미지 추락 우려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키움증권이 대거 광고비를 들여 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야구 마케팅'이 오히려 이미지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키움이 스폰서십을 통해 이름을 붙인 키움히어로즈에 최근 잇단 파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 마케팅을 진행해 온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게는 이미지 하락에 대한 책임론이 따를 수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올해 상반기 광고선전비용으로 222억3529만 원을 썼다. 이는 같은 중소형 증권사들에 비해 매우 높은 액수다. 같은기간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7억 원, 유진투자증권은 34억 원을 사용했다. DB금융투자는 17억 원, 하나금융투자는 55억 원가량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업계 내 광고비 상승률도 가장 높았다. 키움의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96억3585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222억3529만 원으로 늘어 전년대비 137%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베스트투자증권은 47%(11억7914만 원→17억3305만 원)상승했고, 유진투자증권은 25%(27억6322만 원→34억6127만 원) 상승했다.

키움증권의 광고선전비에는 '야구 마케팅' 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키움증권은 지난 2018년 말 히어로즈와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구단 이름에 '키움'을 붙이는 등 5년간 메인 스폰서 자격을 취득했다. 스폰서십 금액은 연 100억 원씩 총 500억 원에 이른다. 프로야구 팬들과 금융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회사 이름을 각인시키는 등 마케팅효과를 위해 500억 원을 베팅한 셈이다.

그러나 최근 키움히어로즈로부터 잇단 잡음이 발생하면서 광고주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은퇴한 전 키움히어로즈 외야수 출신 이택근이 지난 9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구단 고위 인사를 타깃으로 징계 요청서를 제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상자는 허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구단 고위층으로, 허 의장이 2군 선수들을 상대로 이른바 '야구놀이' 등 갑질을 한 것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제보자 색출을 위해 팬을 사찰했다는 것이 내용이다. 허민 의장은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를 제작한 네오플의 창립자이자 소셜커머스 기업인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키움히어로즈는 지난해 6월 구단 최고위 경영진인 허민 의장이 구장을 찾아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며 선수들을 동원했다는 내용 등이 밝혀져 '갑질'로 거센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최근 이택근 전 선수가 이같은 사안을 다시 들추자, 지난 11일과 14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도 각각 키움 구단을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키움히어로즈는 앞서 이장석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2월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되고, 일부 선수의 음주운전 및 성폭행 혐의 입건 등으로 잡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키움히어로즈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프로야구계 '문제아'라는 이미지가 키움증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키움증권이 30~40대 주식투자자 위주의 고객층을 일반 대중으로 넓히기 위해 프로야구단 마케팅에 나선 만큼 야구단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록 친숙도를 위해 이름을 내 준 키움증권 이미지에도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매년 100억 원을 히어로즈 구단에 쓰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어떤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야구단 이름 사용을 통해 대중들에게 깊숙한 침투 효과를 가져온 만큼 키움히어로즈의 이미지가 악화될수록 키움증권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키움히어로즈 출범식에서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키움히어로즈의 논란으로 메인스폰서인 키움증권의 이미지 하락이 우려되면서 김익래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키움의 스폰서십 계약은 오랜 시간 야구마케팅에 힘을 실어 온 김 회장의 의사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룹이 수백 억 원대 지출 등 큰 결정에는 오너인 김 회장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키움증권을 통해 앞서 10여 년간 프로야구와 관련해 마케팅을 진행해온 만큼 야구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06년 키움증권이 업계 내 야구장 펜스 광고를 처음 시작한데 이어 야구단과 함께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유소년 야구팀을 지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스폰서십 참여 결정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업계는 당시 김 회장이 새 성장동력으로 준비하던 인터넷전문은행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히어로즈 스폰서십이라는 대규모 계약을 성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에 나서며 개인고객 확보 등 일반대중 타깃 마케팅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지난해 3월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내고 같은해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포기를 공식화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포기로 인해 키움증권의 야구 마케팅 효과가 반감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키움증권이 메인스폰서로서 책임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키움히어로즈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는 최근까지도 키움증권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데 따른 지적이다.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앞서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는 구단이 논란에 휩싸였을 때 광고비 지급을 중단하는 등 기업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키움증권이 매년 100억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광고주로서 의지적인 부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 측은 "(키움히어로즈로 인해) 이미지 훼손이 되는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스폰서로서 구단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다만, '키움' 이름에 대해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은 내부적으로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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