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집값 상승속도 과도…금융 불균형 우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더팩트 DB

내년 성장전망 "코로나19 상황 심각…불확실성 높아졌다"

[더팩트|이민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집값 상승속도가 과도하다며 금융 불균형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전날(17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소득 증가율이나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과도하다"며 "자산가격 상승이 자산 불평등 확대와 금융 불균형 누증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저금리 지속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와 같이 '부의 효과'를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예비형 저축 수요가 많고 경제활동 재개를 막는 구조적 요인이 잠재해있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며 "보건 위기가 1년간 지속됐고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불평등 정도가 계속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지난 1~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5%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0%대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제 구조 변화로 만성적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고용과 물가간 관계 또한 약화되면서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구 고령화, 대내외 불균형 심화,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만성적 수요 부족으로 금리를 낮춰도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금리를 과거에 비해 더 큰 폭 낮춰야 하지만 이미 금리가 낮아 정책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저물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은도 주요국 상황을 참고하면서 통화정책체계의 개선방안을 꾸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성장 전망에는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전개 상황을 보면 지난달 전망 발표 때 예상했던 것보다 위중하고 좀 더 심각하다고 보인다"며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당초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어 확산세가 올겨울을 지나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면 내년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한 것과 관련해서는 "저금리가 전세가격 상승 요인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지만 엄밀히 보면 6월 이후 전세가격 상승 폭이 확대됐고 저금리는 이전부터 상당 기간 유지됐다"며 "저금리가 주요인이라 볼 수 없고 최근의 전세가격 상승은 수급불균형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서는 신뢰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이 고용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정책목표간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자칫 중앙은행의 신뢰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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