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C 소송 리스크·대우조선 인수 장기화 부담 우려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자구안 이행의 마지막 퍼즐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 인수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어 관심을 모은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다고 해도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인 DICC(Doosan Infracore China Co.)의 소송 리스크가 남아 있고, 규모가 더욱 큰 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과 인수합병이 아직 매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10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와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결정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이를 보고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 측 채권단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가격 등 세부 사항에 대해 향후 2~3주간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연내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회사 현대건설기계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분야인 건설기계장비사업을 다룬 경험이 있고, 동일한 사업군의 '빅딜'을 통해 세계 건설장비 시장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만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의 의지가 반영되면 본계약 체결까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우세하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이 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인수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가 인수가 무산된 사례도 있는 만큼 여러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서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과정에서는 DICC 소송 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에서 인수의향을 보였던 GS건설 등이 DICC 소송 리스크를 우려해 본입찰에서 철수한 만큼 신중한 해석이 요구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에 나섰던 유진기업도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소송 리스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도 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해 감당해야 할 변수를 어떻게 해소할 지도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DICC의 재무적투자자(FI)인 IMM·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프라이빗에쿼티(PE)가 지난 2011년 DICC의 지분 20%를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인수했다가 IPO가 무산되면서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두고 소송하고 있다.
법정은 1심에서 두산그룹의 손을 들어줬으나 FI의 항소에 따른 2심에서는 판결히 뒤집혔고 대법원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두산 측이 패소한다면 7000억 원에서 1조 원 가량의 채무를 떠안게 된다. 이 경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이자 잠재적 매수자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추가 비용까지 지불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작업에서 소송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DICC 관련 소송으로 인한 우발채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떠안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과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조선사 빅딜 역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의 변수로 보고 있다. 2건의 대형 인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의 부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보통주를 출자받는 대가로 1조2000억 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 받았기 때문에 당장의 재무 상태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 부채가 쌓이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는 해석이다.
독점규제를 우려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도 지켜볼 사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의 국내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을 합산하면 60%를 넘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독점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다만 공정위가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욱 높다고 판단한다면 심사에 대한 기준을 낮출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인수자와 매수자의 M&A 이행 의지가 높아 본계약 체결까지는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로써는 양 측이 소송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떠안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다만 양 측이 이권 해석에 따른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남아 있어 최종판결 이전까지 협상이 완만하게 이뤄질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당면 과제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이 경쟁국 심사가 코로나19 여파 등에 지연되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