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비서실장 출신 김경배, CEO 11년 마침표…왜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장수 CEO로 꼽혔던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이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더팩트 DB

현대차그룹, 미래 산업 이끌 새 리더 발탁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직에 오른 후 첫 번째 인사를 단행했다. 정의선 회장은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새로운 리더를 발탁하며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장수 CEO'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리더십 확보를 위한 2020년 하반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15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을 대표이사에 내정하는 등 신임 대표이사를 전진 배치했다. 이에 따라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을 비롯해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은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11년가량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표를 맡았던 김경배 사장은 이번 인사로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게 됐다. 고문직은 회사에 자문을 건네는 직책으로 오랜 기간 동안 그룹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내부 감시나 외부 활동에 대해 조언을 하는 역할이다.

김경배 사장은 지난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올라 2017년까지 경영을 맡았다. 김경배 사장이 현대글로비스 지휘봉을 잡기 전 4명의 사장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와 '독이 든 성배'라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김경배 사장은 8년가량 현대글로비스를 이끌면서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경배 사장의 취임 첫해인 현대글로비스의 2009년 매출은 3조1927억 원, 영업이익 1452억 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조3000억 원, 7288억 원을 기록했다.

김경배 사장은 지난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올라 2017년까지 회사를 경영했다. /더팩트 DB

김경배 사장은 2018년 1월 자동차 부품과 공작기계·산업기계 등을 제작하는 현대위아로 자리를 옮겼다.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경영환경이 녹록지 못해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대위아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8394억 원, 영업이익 132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5% 줄었다. 중국 산동엔진 법인이 3분기부터 연결 종속 기업으로 편입되면서 현대위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저수익 모듈사업을 정리하면서 매출이 하락한 데 이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파업이 우려되고 있다. 임단협도 마무리되지 않은 현대위아 노조는 지난달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김경배 사장은 지난 1990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현대 주력 계열사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현대맨'이다. 그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로 오랜 기간 근무를 했다.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오너일가와 밀접한 인연을 이어왔다. 이후 정의선 회장을 수년간 보좌하면서 3대를 이어 오너가를 보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를 가까이서 보좌하면서 신뢰를 쌓은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며 "다만, 그룹이 미래 산업을 준비하면서 신사업 분야의 임원들에게 계열사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리더의 발탁을 통해 그룹 미래 사업과 신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열린 조직문화를 혁신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라고 설명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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