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정의선표 리더십, '현대차그룹'의 정의를 바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재 2400여억 원을 출연,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참여한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 절반 'UAM·로보틱스'에 걸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의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현대차그룹이 11억 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 로보틱스 사업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스마트 솔루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공언한 정의선 회장의 체질개선 작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에는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를 비롯해 정의선 회장(20%)이 직접 사재 2400여억 원을 들여 참여한다. 현대차는 지난 10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1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세계 3대 자율주행 전문 회사 앱티브와 2조4000억 원 규모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 모셔널(2020년 8월 출범) 설립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업체에 단행한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역량과 제조·물류 역량 등이 시너지를 낼 경우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로봇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 /현대차그룹 제공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합의는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미래 성장 패러다임 전환 작업과 맥을 같이 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월 취임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와 이동의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로보틱스 사업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과 더불어 정의선 회장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분야다.

정의선 회장은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0일 발표한 새로운 중장기 경영전략(2025 전략)에도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전개 및 자율주행 상용화 사업 준비, 수소사업 기반 구축 등과 더불어 UAM·로보틱스·PBV(목적 기반 모빌리티)는 그룹의 핵심 미래 신사업이자 실천 과제로 제시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와 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회장은 그룹의 미래상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제시한 이후 인간 중심의 미래 구현을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 연구 및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해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에서 정의선 회장은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와 UAM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실물 크기의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 앞에서 "사람들의 이동 한계를 재정의하고, 이를 통해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라며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미래 모빌리티 가치사슬(밸류체인) 혁신을 위한 준비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월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와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역의 주롱 타운홀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기공식에서 "'인간 중심의 밸류체인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 삶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MGICS는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 시승, 인도 및 서비스까지 고객의 자동차 생애주기 가치사슬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 기지로 오는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부지 4만4000㎡, 연면적 9만㎡, 지상 7층 규모로 추진된다. /현대차그룹 제공

HMGICS는 자동차 주문부터 생산, 시승, 인도 및 서비스까지 고객의 자동차 생애주기 가치사슬 전반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개방형 혁신 기지(오픈이노베이션 랩)다.

오는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에 부지 4만4000㎡, 연면적 9만㎡, 지상 7층 규모로 추진되며 건물 옥상에 고속 주행이 가능한 총 길이 620m의 고객 시승용 '스카이 트랙', UAM 이착륙장,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된다.

현대차그룹은 HMGICS를 통해 주문부터 서비스까지 자동차 생애주기 전반 고객 밸류체인 혁신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에 이바지할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도 발굴하고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평소 모든 사람들이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세대들의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라며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역량과 더불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 등을 통해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혁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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