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급성장 로봇 시장 정조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3대 로봇 클러스터(보스턴, 실리콘밸리, 피츠버그) 가운데 보스턴(본사)과 실리콘밸리(자회사 카네마 시스템즈)에 거점을 두고 있다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MIT)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 대표가 지난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설립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으며, 다양하고 혁신적인 로봇 개발로 주목을 받았다.
앞서 지난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도그'를 개발한 이후 훨씬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빠르며 무게까지 줄인 4족 보행 로봇 '리틀 도그', '치타', '스팟' 등을 차례로 공개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사람과 같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를 선보였으며, 지난해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의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는 등 로보틱스 분야에서 첨단 기술력을 뽐냈다. 이후 지난해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인 '픽'과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핸들' 등도 선보이며 로봇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결정은 글로벌 로봇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22%를 기록,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세계 각국이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경제·사회 활동 전반이 '콘택트'에서 '언택트'로 빠르게 변모하면서 로봇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는 32%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경쟁을 벌이는 도요타를 비롯한 닛산, 혼다,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콘티넨탈과 보쉬 등 부품 업체, 로지스틱스와 같은 물류 업체들이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 인공지능(AI) 및 로봇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로봇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수 배경과 관련해 "로보틱스 분야의 폭넓은 활용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 각 분야별 다수의 기업과 협업하거나 여러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로봇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인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서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계약 체결을 비롯해 이후 한국, 미국 등 관련 정부 부처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 최종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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