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배당주' 인식 강했는데...매력 떨어질 것"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당국이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에 배당 축소를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권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배당 제한 소식이 저평가된 금융주를 더 끌어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일시적으로 은행 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최근 각 은행들과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의에 들어갔으며, 내년 초 확정안을 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은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재차 배당 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건전성감독청(PRA) 등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에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성과급 지급 중단을 권고하고 글로벌 은행들이 동참하고 있다"라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원활한 자금공급 역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 바 있다.
금감원은 현재 한시적으로 배당 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거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바탕으로 추가 배당 관련 지침을 내리는 방안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트레스 테스트 같은 것을 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점검하고, 그에 따라 은행권과 협조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 한다"라며 "은행들의 충당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 축소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에 최근 금융주가 약세로 전환하고 있다.
10일 종가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 주가는 4만640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하나금융지주는 3만5500원에, 신한지주는 3만4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리금융지주는 1만50원에 장을 마쳤다.
금융주의 주가는 연초 대비 최대 20% 떨어진 상황이다. KB금융은 연초 대비 1.8% 하락했다. 신한지주(-21.1%), 하나금융지주(-3.9%), 우리금융지주(-12.1%)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업계는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다소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던 만큼 주주들에게도 책임감 있는 모습도 보여줘야 해 고민이 많다. 보통 주식을 사는 이유가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배당을 받는 것인데, 국내 금융주들은 주가 변동이 크지 않아 배당주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배당을 축소할 경우 안 그래도 밸류에이션이 낮은 은행주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