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중징계에 불똥…예외조항 해당 검토
[더팩트│황원영 기자] 삼성생명에 기관경고 처분이 내려지면서 계열사인 삼성카드의 신사업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업수익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신사업까지 막히면서 수익성 창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삼성카드를 바짝 쫓고 있는 경쟁사에 2위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도 나온다. 사면초가에 빠진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당국에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3일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주주와의 거래제한(보험업법 제111조) 및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보험업법 제127조의3) 위반으로 등으로 기관경고 조치를 했다. 또 삼성생명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건의하고 임직원에 대해선 감봉과 견책 등으로 심의했다.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확정될 경우 삼성생명은 물론 삼성카드 역시 신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게 된다. 신용정보법은 대주주가 감독기관에서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거나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1년간 감독 당국 등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의 지분을 71.86%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카드가 핵심 신사업으로 추진해온 마이데이터(My 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의 신용정보를 모아 한눈에 관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에게 맞춤형 신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금융사업이다. 은행·신용카드사 등 배타적 라이선스를 가진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후 영위할 수 있다.
앞서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추진했으나 신용정보법의 허가 요건 중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해 중단됐다. 금융위는 대주주 결격 사유가 해소돼야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 2월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이 허가제로 변경되는 만큼 그 전에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도 모두 중단해야 한다. 삼성생명의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허가는커녕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막힐 전망이다.
삼성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사업권을 부여할 수 있는 단서조항에 기대 당국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제재를 받더라도 △대주주가 최근 1년간 기관경고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 명령,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거나 △위반사실이 업무의 건전한 영위를 어렵게 한다고 볼 수 없거나 △금융산업의 신속한 구조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은 예외로 둔다.
현재 삼성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삼성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5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으나 내실은 없다. 영업비용 축소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을 통한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영업수익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삼성카드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2조452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45%(1145억 원) 줄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10.36%(893억 원)이나 감소했다.
업계 2위 자리도 위태롭다. 삼성카드는 올해 2분기 카드사별 시장점유율 18.16%(25조4854억 원)를 기록했다. 3위인 KB국민카드는 17.92%(25조1382억 원)로 0.24%포인트 차이로 뒤를 쫓고 있다. 현대카드 역시 16.60%(23조2933억 원)로 삼성카드를 추격 중이다.
앞서 지난 1분기에는 삼성카드가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당시 삼성카드는 카드사별 전체 신용판매 시장점유율 17.67%를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2위 자리는 KB국민카드(17.71%)가 꿰찼다.
간신히 2위를 탈환한 삼성카드가 언제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KB국민카드가 자동차 할부금융·법인 회원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데다 지난해 삼성카드로부터 코스트코 독점 제휴를 빼앗아 온 현대카드 역시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강화로 신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0년대 중후반 25%에 이르던 점유율 올해 들어 10%대 후반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 과제라는 분석이다. 삼성카드의 예외조항 카드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시킬 경우 삼성카드는 경쟁사 대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경고 제재가 확정될 경우 삼성카드는 향후 1년간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돼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예외조항 뿐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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