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K-대주시스템' 도입 등 개인 공매도 활성화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내년 3월 중순 다가오는 공매도 재개에 맞춰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은 가운데 정작 개인들로부터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을 주축으로 국내 시장에 '일본식 주식대여서비스'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증권금융은 개인이 보다 쉽게 공매도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환경개선에 나서는 한편 국회에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시켰다.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2일 한국형 'K-대주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인의 공매도 대여가능 금액을 기존(올해 2월 말 기준) 715억 원에서 향후 1조4000억 원까지 20배 늘린다. 또한 향후 28개 증권사가 대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일본의 대주서비스를 본뜬 것으로 개인이 주식을 쉽기 빌릴 수 있도록 차입 가능 주식 물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증권금융은 효율적인 대주재원 활용을 위해 실시간 통합거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이같은 시스템의 구축으로 개인이 기존 거래 증권사에서 다양한 종목을 원하는 수량만큼 공매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시켰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부터 하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는 1년 이상의 징역이나 손실액의 3배에서 5배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형사처벌도 가능해진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서 판 뒤에 실제로 주가가 내렸을 때 이를 저렴한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현재까지는 공매도를 이용하는 전체 투자자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에 그쳐 공매도는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개인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공매도를 향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현재 공매도는 일부 시장조성자를 제외하고는 내년 3월까지 금지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공매도 재개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권익단체를 비롯한 다수 개인투자자들은 개인 공매도 활성화를 위한 이같은 변화에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무차입 불법 공매도 적발시스템의 구축과 가동이 없이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측은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고 개인의 공매도를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확대는 시기상조"라며 "일본식 공매도는 어린 학생을 투기꾼이 판치는 도박장에 입장시키고 능력껏 돈을 가져가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거론돼 왔다.
지난 2018년 5월 말 벌어진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 당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적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재차 구축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금리가 고착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투자에 이어 '곱버스'(곱하기 인버스)까지 돈이 몰리는 것은 공매도에도 투자 수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저성장·저금리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주가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무는 시기가 또 올 수 있어, 공매도 역시 개인들의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벌금을 대폭 늘리는 사후적인 규제를 통해 무차입 불법 공매도에 대한 억제력이 어느 정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