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황태자' 이규호, '안정적' 수입차 사업서 경영능력 인정받나

코오롱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이규호 전무가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됐다. /더팩트 DB, 코오롱 제공

'이웅열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수입차부문 유통·정비 맡는다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코오롱그룹 총수인 이웅열(64) 전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7) 전무가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이끈다. 이규호 전무는 과거 이웅열 전 회장이 수입차 사업부문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이규호 전무가 수입차 사업을 이끄는 것을 놓고 신사업을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탄탄하게 구축된 사업에서 경영 평가를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지난달 26일 실시한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이규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한다고 밝혔다. 코오롱은 앞으로 이규호 전무가 코오롱글로벌의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은 '코리아 나일론(Korea Nylon)'을 줄여 사명을 지은 기업으로 화학섬유 산업의 선두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수입차 사업의 역사도 깊다. 코오롱그룹은 외제차 수입자유화 직후인 지난 1987년부터 코오롱상사를 통해 독일 BMW와 롤스로이스 판매에 나섰다. BMW코리아가 지난 1995년에 설립돼 직판 체제를 구축하기 전까지 코오롱글로벌이 BMW의 유통을 담당해 왔다.

이웅열 전 회장은 1996년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남다른 애정을 갖고 수입차 사업을 이끌었다. 이웅열 회장은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수입차 시장을 철수할 때도 묵묵히 지원해 왔다. BMW가 우리나라에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 데는 이웅열 회장의 공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BMW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수입차 시장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국내 BMW 딜러사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글로벌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건설과 상사, 수입차판매, 휴게시설, 스포츠레저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오롱그룹은 매출 2조2058억 원, 영업이익 1419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의 매출이 1조6974억 원, 영업이익 851억 원으로 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한다. 코오롱글로벌 전체 매출의 약 40%는 수입차 부문에서 발생한다.

코오롱글로벌의 건설사업 부문은 경기와 정부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건설산업 전반에서 약세를 보이며, 건설투자 및 건설산업 성장 감소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사사업은 무역업의 특성상 국내 경기변동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아 대외적인 환경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기가 크게 악화해 상사 업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수입차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수입차는 지난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연간 최초 10만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 연 13만대를 넘어섰고 지난 2015년 24만3900대로 연 20만대 판매를 훌쩍 넘겼다. 지난해 수입차 연간 누적 신규 등록 대수는 24만4780대를 기록했다. 최고점은 지난 2018년 26만705대다.

특히 수입차 시장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서도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1만6004대로 전년 동기 18만9194대보다 14.2% 급증했다. BMW의 경우 지난 10월 볼륨 모델인 신형 5시리즈를 출시하면서 판매량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어 내년에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규호 전무가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담당할 예정이며 사업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 수입차부문은 현재 판매를 넘어 A/S, 인증 중고차 사업인 BPS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신차구매부터 사후관리, 중고차 매매까지 고객 서비스 역량을 갖추고 있다. A/S 부문과 연계해 품질이 보증되는 중고 수입 자동차 판매로 보다 소비자 지향적인 유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외제차 수입자유화 직후인 지난 1987년부터 코오롱상사를 통해 독일 BMW와 롤스로이스 판매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코오롱모터스 BMW서비스센터 전경. /더팩트 DB

일각에서는 이규호 전무가 안정적 경영 평가를 받기 위해서 수입차 사업을 맡은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이규호 전무는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을 이끌어 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의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손익은 각각 1772억 원, 마이너스 199억 원을 기록했다. 패션부문의 올해 영업적자는 140억 원으로 지난해 107억 원보다 증가했다.

이규호 전무는 지난 2018년 설립된 셰어하우스 업체 '리베토'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사업 역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리베토의 매출은 2018년 12억 원에서 지난해 35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48억 원, 46억 원 적자를 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셰어하우스 서비스 특성상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이웅열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며 "아들에게 경영승계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규호 전무는 이웅열 전 회장이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경영 성과가 필요하다. 이규호 전무는 업황이 그나마 나은 수입차 사업에서 경영능력을 평가받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입차 딜러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아 진입장벽이 높지만 수익성이 좋고 시장 잠재력이 높아 대기업이 진출해 왔다"라면서 "다만 재벌 후계자들이 신사업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지 않고 수입 판매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규호 전무는 1984년생으로 미국 출생이다.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미국 코넬대학교에 입학해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한 뒤 구미공장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후 코오롱글로벌을 거쳐 다시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에서 근무했다. 코오롱그룹은 장자계승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의 1남2녀 중 첫째인 이규호 전무가 황태자로 불리고 있지만 그룹 지분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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