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촉비 등 원가절감 전략 기여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인 롯데주류가 3분기 '깜짝 흑자'를 냈다. 수익이 크지 않지만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452억 원, 영업이익 58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9% 오른 결과다.
이중 주류부문의 실적인 매출 1718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이 눈에 띈다. 매출은 소주 매출이 747억 원, 맥주 매출이 283억 원을 내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42.5% 증가한 호실적을 받아 들었고, 14분기 연속 적자를 겪으며 '만성 적자'에 시달렸던 영업이익의 흑자 전환은 예상치 못했다는 시장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시장 분위기가 오히려 롯데주류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인건비나 판촉비 등 영업마케팅 관련 비용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술집이나 주점 등 유흥채널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위축된 반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 증가로 가정용 주류 시장이 성장하면서 지출 비용을 최소화해 원가 절감 효과를 냈다는 해석이다.
일본불매운동 여파와 소주 및 맥주 주력 제품의 시장 반응 난조를 겪던 지난해 저조한 실적의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일부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음료부문과 주류부문이 통합되면서 초대 통합 롯데칠성음료 대표에 오른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 대표의 경영 리더십이 반영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처음으로 주류부문 경영을 맡아 흑자 전환까지 이룬 이영구 대표가 이달 26일 연말 인사를 통해 롯데그룹의 식품 사업을 총괄하는 식품BU장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영구 대표는 올초 원가절감을 위한 수익성 중심의 경영에 주안점을 두고 통합 롯데칠성음료를 이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장기간 적자를 겪은 주류 부문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음료부문에서 이행해 왔던 프로세스 개선 프로젝트인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를 올해 2월부터 롯데주류에 접목시켰다.
효과는 3분기 만에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주류의 올해 구체적인 판촉비 등 내역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롯데주류의 올해 3분기 누적 판촉비가 지난해보다 약 900억 원을 절감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올해 4월 부평 주류 생산공장을 음료 물류센터로 변경하고 기존 부평공장 생산라인을 군산과 경산 공장으로 옮기는 등 원가절감 의지가 반영된 생산라인의 변화도 수익성 개선에 일부 기여했다는 평이 나온다.
롯데주류 역시 올해 처음처럼과 클라우드 등 주력 제품이 가정채널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착해 매출을 견인했고 원가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결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반등했다는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주류부문 실적 개선은 소주 '처음처럼 플랙스'와 새롭게 출시한 맥주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가 가정용 시장 등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게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효율적인 비용집행을 위한 프로세스들이 정착하면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향후 유흥채널이 정상화될 경우 매출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임원 100여 명을 줄이고 젊은 경영진을 앞세우는 등 성과주의 중심의 인적쇄신 인사를 단행했고, 롯데주류를 맡았던 이영구 대표는 승진 명단에 포함되면서 식품BU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롯데그룹 식품BU장이던 이영호 사장은 용퇴했으며, 신임 롯데칠성음료 대표에는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하면서 롯데주류를 이끌게 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의 14분기 만의 흑자 전환은 시장 특성 상 제품의 인기 몰이보다 고정비나 판촉비를 줄이는 효율적 경영 효과가 드러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4분기에도 지난해 기저 효과 등에 따라 호실적이 예상된다"며 "다만 맥주에 비해 소주 매출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고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로 신제품에 대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가파른 실적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