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몰린' KCGI 등 주주연합 "수단·방법 안 가리고 인수 저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본격화한 가운데 한진그룹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3자 주주연합'(3자 연합)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유상증자에 따른 한진칼 지분 희석과 더불어 한진그룹에 '실탄'을 지원할 산업은행이 한진의 '우군'으로 돌아설 경우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3자 연합의 거센 저항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단 1원의 사재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 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구성, 조 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KCGI는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며 "조원태 회장의 시도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일반주주 및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CGI의 입장문 발표는 이날 오전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공론화한 직후 이뤄졌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모두 1조8000억 원이다. 한진그룹은 내년 초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칼은 KDB산업은행과의 계약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 원,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3000억 원 등 총 8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칼은 유상증자 전에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해당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 투자 직후 8000억 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 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 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 원에 충당할 예정이다. KCGI 등 3자 연합은 한진그룹이 밝힌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꼼수"라며 반박했다. 이들은 전날(15일)에도 '한진칼 증자 우리가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정상기업인 한진칼에 산업은행이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3자 연합이 이같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인수 후 달라질 한진칼 지분율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원태 회장 측이 가진 지분율(41.14%)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수를 통해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업계에는 산업은행이 약 10%대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자 연합과 조원태 회장에 이어 산업은행이 한진칼 3대 주주로 올라설 경우 '조원태 우호 지분'이 역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 3월 치러진 한진칼 이사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 등을 두고 벌인 '표 대결'에서 사실상 완패한 3자 연합 측은 임시주총 등을 추진하는 등 인수 저지를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분율 경쟁에서도 밀릴 경우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우군'을 자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백지화 이후 마땅한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은 상태인 만큼 이번 인수 추진 이슈가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한항공도 경영권 방어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세계 10위권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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