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적금들면 이자 12%?…'미끼' 불과한 카드사 고금리 적금

삼성카드는 9일 하나은행과 함께 최고 연 12.0%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 일리있는 적금 feat 삼성카드를 출시했다. 다만 카드 신규 발급, 사용 실적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채워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더팩트 DB

카드 이용 실적 등 요건 복잡 

[더팩트│황원영 기자] 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카드사와 시중은행이 손잡고 고금리 특판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기준금리가 0.5%에 불과한 제로 금리 시대임에도 최고 12% 고금리 상품까지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어서다. 납입 한도나 만기 등을 따져보면 사실상 이율이 높지 않아 고금리를 앞세운 꼼수 마케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9일 하나은행과 함께 최고 연 12.0%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 일리있는 적금 feat 삼성카드'를 출시했다. 이 적금은 0.8% 기본금리에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최대 11.2% 우대금리가 제공되는 상품이다.

다만, 삼성카드 신규 또는 직전 6개월간 미이용 고객만 대상으로 하는 상품인 데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12.0%에 달하는 이율을 받기는 쉽지 않다.

대상 고객이 하나은행 마케팅에 동의한 후, '삼성카드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블루 카드'를 발급하고, 또 '하나 일리있는 적금' 가입한 후, 해당 카드를 매월 1만 원 이상 이용하거나, 3개월 이상 이용 누적 금액을 30만 원 이상 채워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마저 가입 기간을 12개월(1년)로 제한했고 월 납입금액을 10만 원으로 낮춰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높지 않다. 고객이 매달 상한액까지 납입하더라도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금리수익은 세후 약 6만5000원에 불과하다.

우리카드가 지난 9월 케이뱅크와 함께 내놓은 '핫딜적금X우리카드' 적금도 비슷하다. 연 1.8% 기본금리에 카드 실적, 마케팅 동의, 신규 가입 등의 각종 조건을 맞춰야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 신규 회원이거나 적금 가입 시 마케팅 동의를 선택하면 0.5%의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직전 6개월간 우리카드(신용)를 사용하지 않은 고객의 경우 사용 실적에 따라 4.2~5.7%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또, 해당 카드로 월 1건 이상 자동이체를 설정하거나, 6개월 이상 교통카드를 결제해야 2.0%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 전체 상품에 대해서 사용 실적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실적이 인정되는 카드는 '카드의 정석 언택트', '카드의 정석 디스카운트', '카드의 정석 포인트' 등 3종에 불과하다. 가입 기간도 1년, 월 최대 납입액은 20만 원으로 각각 제한했다.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도 만기 시 받는 이자액은 10만 원 남짓이다.

고금리 특판 상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어 미끼 상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팩트 DB

현대카드가 지난달 신협중앙회와 함께 내놓은 '플러스정기적금(현대카드연계형)' 상품 역시 연 6.0%의 고금리 상품임을 자랑하지만, 기본금리는 1.6% 금리에 그친다.

현대카드 신규가입 및 직전 6개월 이상 무실적 고객에게만 판매하는 상품으로, 신협 제휴 현대카드를 신규 발급하고, 월평균 30만 원 이상 사용해야 추가 4.2%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신협 입출금 통장에 플러스정기적금을 자동이체로 등록하고, 신협 입출금 통장을 현대카드 결제계좌로 등록하는 등의 추가 조건도 맞춰야 최고 6%의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기간은 1년, 월 최대 적립액은 30만 원으로 제한해놨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월 30만 원씩 납입할 경우 세후 이자는 11만 원가량이다.

통상 제휴상품은 제휴사간 마케팅 비용을 분담한다. 카드사는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서 카드 모집인 수수료, 캐시백 등 다양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해왔다. 해당 비용을 은행 수신상품 금리로 제공하면서 추가적인 마케팅 비용 없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우대금리로 전환해 지급하는 방식이라 은행으로서는 지출도 없다.

제반 비용은 나눠 내면서 마케팅에 따른 이익은 양사 모두 취할 수 있다. 카드사는 신규 회원과 1년간 카드사용 실적까지 확보하고, 은행은 예치금과 고객을 모을 수 있어서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보다 실적 충족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카드 금액이 더 크고,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세부 조건도 까다로워 주의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카드·계좌 이용 실적을 채우고 마케팅에 동의해야 하는 등 조건이 매우 복잡한 데다 어렵게 조건을 갖춰도 실제로 기대할 수 있는 이자는 많아야 10만 원뿐이라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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