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태양광 '뜨고' 정유·석유화학 '지고'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환경 산업 정책의 적극 추진 예상에 국내 중후장대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유나 석유화학, 철강 관련 기업들이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태양광이나 배터리 기업들은 성장 기회를 얻는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 회복 및 제조업 경쟁력 강화,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나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산업 지원과 대규모 교통·통신 기반 인프라 투자를 공약한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확대와 인프라 산업에 대규모 재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청정에너지분야에 4년간 약 2조 달러(2400억 원)을 투입해 산업 인프라를 확장하고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친환경과 재생에너지분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복안도 친환경 산업이 입을 수혜의 정도에 무게를 더한다. 이미 바이든 당선인은 전기차 보급과 배터리 연구개발 가속화 지원 등을 세부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당선 전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 변화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당선이 유력해진 지난 9일 오전 11시(한국시간) 기준 배터리 부문 분사를 예고한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LG화학은 주당 72만9000원으로 지난 2일보다 16.9% 주가가 올랐다. 같은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일주일여 만에 각각 20.2%, 25.7% 올랐다. LG화학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조지아주에,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도 미국 대통령 교체에 따른 수혜 산업으로 꼽힌다. 태양광산업은 친환경 정책의 핵심인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산업으로 국내에서는 한화큐셀(한화솔루션)이 올해 상반기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은 국내 태양광 셀 수출의 90%를 차지한 시장이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 기조에 따라 미국 태양광 인프라가 발전할수록 한화큐셀을 포함한 국내 태양광업체들이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정유와 석유화학 등 산업은 혜택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 예상되는 환경 관련 세금 강화 등 환경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수익성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들은 바이든 당선인의 탄소 저감 정책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규제가 이어진다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유가가 급등할 수 있으나, 수요 회복이 유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다시 유가가 급락해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높아서다.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원유의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 손실에 따라 총 5조 원대의 무더기 적자를 낸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의 '탄소가스 배출제로' 등 친환경 공약에 따라 장기적인 산업계 변화가 감지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은 장려되고 석유 의존 산업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며 "정유업계는 유가가 올라도 석유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 원유 가치가 떨어져 수익성에 타격을 입는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부진한 석유 수요를 회복하면서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예의주시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