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 장관 "증세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
[더팩트|윤정원 기자] 공시가격 현실화가 '사실상 증세'라는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시가격 현실화를 증세로 몰아가는 것이 옳지 않다고 반발하자 도리어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세액은 세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 틀을 짜는 것 자체를 증세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주택의 유형이나 가격대와 관계없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게 해주자는 것이 공시가격 현실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6일에도 김 장관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증세 논란을 두고 "논리적 비약"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김 장관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해 과세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과표 현실화가 당초의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는 1989년, 주택은 2005년 공시가격이 도입됐으나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시세 변화에 따라 자산의 가치를 성실하게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해명에도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여전하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비판하는 이들은 "공시가격 현실화로 세금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국민들의 세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대폭 커질 것"이라며 "은퇴 가구 등 고정수입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곤란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시뮬레이션한 추정치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84㎡) 한 채를 보유할 때 올해 세금은 약 992만 원이다. 공시가 현실화에 따라 내년 보유세는 1940만 원으로 약 2배, 2025년에는 4632만 원으로 5배가 뛴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전용면적 84㎡)의 경우 올해 1158만 원에서 5년 뒤인 2025년에는 세금이 4503만 원으로 4배 가까이 오른다. 올해 818만 원의 보유세를 냈던 잠실엘스(전용면적 119m²) 소유자는 5년 후 보유세로 3438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액수가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보다 적을 뿐 중소형 아파트 소유자가 내야 하는 세금도 증가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공시가 8억4800만 원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6㎡) 소유자는 보유세 부담이 올해 324만 원이다. 그러나 10년 뒤인 2030년에는 1314만 원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공시가격 6억1300만 원인 서울 마포구 도화현대홈타운(전용면적 84㎡) 소유주는 올해 재산세만 128만5061원을 내지만, 현실화율 제고에 따라 오는 2024년부터는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실화율 90%를 달성하는 2027년에는 종부세 70만9445원을 포함해 보유세로 391만2357원을 내게 된다.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 6억 원 이하 1주택자들 또한 결국에는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공시가 2억6800만 원, 시세 6억 원인 서울 노원 무지개 아파트(전용면적 59㎡)의 경우 인하 혜택을 적용하면 내년 재산세가 42만 원 정도다. 감면액이 약 7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10년 뒤인 2030년에는 재산세가 98만 원이 넘는다. 공시가 4억2400만 원, 시세 7억 원인 대구 수성구 태영데시앙(전용면적 84㎡)의 재산세는 내년 기준 82만 원이다. 약 11만 원 감면은 되지만 2030년에는 결국 204만 원을 내야 한다.
논란이 증폭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또 한 번 수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는 방안이 발표된 지 이틀 만인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개인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완화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었다. 2030년에 공시가 비율이 시세의 90%까지 간다는 계획에서 약간 완화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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