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방 아파트 산다" 전세 수요 매매로 전환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 수요가 매물 수요로 전환되는 추이도 나타난다.
5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0.70% 상승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9년 9월(0.76%) 이후 가장 높은 값이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0.52%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구가 0.96%로 가장 크게 뛰었다. 이어 △강남구(0.93%) △금천구(0.87%) △노원구(0.86%) △송파구(0.84%) 등의 순이었다.
서울 전세대란이 격화되자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매매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는 추이다. 저금리 유동성 확대와 거주요건 강화,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청약 대기수요 등으로 전세 매물부족 현상이 계속되자 수요자들이 교통 접근성과 학군이 양호한 수도권과 광역시 위주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아파트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전세난이 장기화될 경우 매매 가격이 후행해서 올랐다. 지난 2006년에도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25%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11월 첫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은 0.13%에서 0.17%로 0.04%포인트 증가했다. 수도권은 0.11%에서 0.15%로 올랐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률은 0.19%로, 지난 주(0.15%) 대비 0.04%포인트 늘며 442주간(8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대전(0.41%) △부산(0.37%) △대구(0.30%) 등의 오름세가 거셌다.
서울에서는 잘 나가지 않던 저가 소형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이 눈에 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8월 5주 이후 보합권 문턱에서 0.01%의 상승을 이어 오며 매도-매수간 10주째 팽팽한 눈치싸움을 벌였다. 그러다 이번 주 들어 무게 추가 다시 상승 쪽으로 기울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 고가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관망세지만 중저가 아파트값이 오르며 상승을 주도했다. △중랑구(0.08%) △강북구(0.03%) △관악구(0.03%) △노원구(0.03%) △금천구(0.02%) △강서구(0.02%) 등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28일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전세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는 "전세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시장 안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대신 당정은 공시가격 90% 현실화 카드만을 들고나왔다. 다주택자들의 재산세를 높여 주택 처분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세 임대차를 최장 6년까지 보장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대차 계약 기간을 기존 '2+2'에서 '3+3'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임대차 3법'이 최근 초래한 전세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안이 시행된다면 전세난이 한층 가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역시 여당이 전세 임대차를 최장 6년까지 보장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날을 세웠다. 지난 5일 김현아 비생대책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안대로라면 이제 학령기 중간에 이사하기는 틀렸다. 전세로 이사하는 것, 이번 생애는 망했다. 다음생이 꼭 있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시태그로 '설상가상법', '네가임대차현황을알아', '집도못사게해놓고', '이사도못가나', '기득권만보호하는법', '여당의원이사는별나라', '별나라는어디'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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