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량 늘린 화웨이 영향…삼성·SK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익 증가
[더팩트│최수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나란히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도 미국 정부의 '반(反) 화웨이' 정책 등 대내외 요인 등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4분기에는 매출 의존도가 높은 메모리 수요 약세가 예상되면서 매출 하락세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분기도 실적 방어 '성공'
지난 4일 SK하이닉스는 매출 8조1288억 원, 영업이익 1조2997억 원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 175% 급증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향 서버 D램과 SSD 수요가 약세를 보였고 메모리 시장의 가격 흐름이 하락하는 추세에도 영업이익 1조 원대를 유지했고, 시장 기대치(1조2000억~1조2500억 원)까지 웃돌았다.
D램 부문은 서버 고객의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과 그래픽 신규 수요와 일부 컨슈머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한 결과 지난 분기 대비 출하량은 4% 증가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은 모바일향 제품과 신규 게임콘솔향 SSD 판매 확대로 지난 분기 대비 출하량이 9%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화웨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안'이 지난 9월 15일부터 발효되면서 화웨이가 3분기 긴급 재고 축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포, 비보, 샤오미 등화웨이를 제외한 중화권 업체들이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모바일 D램 주문을 늘리며 메모리 가격 하락 등을 상쇄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말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18조8000억 원, 영업이익 5조54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81.6% 증가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한 모바일과 PC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신규 게임 콘솔용 SSD 판매를 확대한 결과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화웨이 효과를 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시스템LSI 주요 모바일 부품 수요 회복과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 수주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
◆ 메모리 수요 약세 우려…4분기 전망은
다만, 4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D램의 경우 서버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모바일 D램, PC D램, 서버 D램 등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 하락할 것이다. 반등은 내년 2분기부터"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화웨이의 구매 중단 역시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오포, 비보, 원플러스 등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부품 발주량을 늘리고 있지만 주요 라인업이 중저가 제품인 만큼 기존 화웨이 거래 금액과는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분기 대비 약 25% 줄어든 4조2000억~4조8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8600억~9200억 원으로, 3분기 대비 약 30%가량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의 계절적 수요 강세 및 PC향 수요 확대 등이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전망이다. 이에 양사는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해 실적을 최대한 방어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모바일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1z 나노 D램 전환을 확대하고 적기 판매를 통해 원가 경쟁력 강화를 지속할 예정이다. 낸드는 모바일과 노트북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6세대 V낸드 전환 확대를 지속 추진해 기술 리더십과 원가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은 10나노급 2세대(1Y) LPDDR5의 판매를 확대하는 등 모바일 수요 대응에 집중하고, 고용량 낸드플래시와 결합한 uMCP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고용량 서버향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고 HBM 제품 판매를 극대화하는 등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서버 D램 시장 내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