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들어간 '배터리 소송'…LG화학-SK이노 신경전 '치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2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양사 배터리 소송전에 대한 최종 결과 발표 연기 결정 후에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팩트 DB

LG화학은 배터리사업 분사·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전문 인력 채용 확대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과 발표 연기로 연장전에 돌입한 가운데 장외 신경전이 치열하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의 자신감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분사를 결정했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야 대규모 채용을 통해 인재 모집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전고체, 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를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인력 채용은 수시채용으로 이날부터 연말까지 진행되며 관련 분야 석·박사 및 신입연구원도 이달 9일부터 22일까지 채용 공고를 통해 모집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채용은 지난달 27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맞붙은 배터리 소송전을 담당하고 있는 ITC의 결과 발표 연기 이후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TC의 결과에 따라 양사중 한 곳은 향후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배터리 사업에서 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ITC가 올해 2월 LG화학이 제기한 조기 패소 요청을 들어주면서 SK이노베이션의 패색이 짙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ITC가 양사의 소송전에 대한 최종 결과 발표를 지난달 5일에 이어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SK이노베이션에게 반전의 계기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ITC가 최종 결정 기한을 오는 12월 10일로 잡았기 때문에 LG화학과 다시 합의를 위한 협상을 재개할 6주 간의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도 ITC의 결과 발표 연기에 대해 남아 있는 기간 동안 LG화학과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의 결과 발표 연기에 대한 구체적 사유는 알 수 없으나 연장한 사실로 비춰봤을 때 위원회가 본 사건의 쟁점을 심도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SK이노비에션은 연기와 관계없이 소송에 충실하고 정정당당하게 임할 것이며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놓고 결과 발표가 연기되면서 메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LG화학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보이며 눈길을 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의 반발에도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참석 주주 찬성 요건을 충족하면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4일부터 전고체, 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연구를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전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기술혁신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SK이노베이션 제공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이번 분사 결정이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은 물론 향후 배터리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결과로 보고 있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하고 향후 상장으로 이어지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일 여지가 충분해서다.

이에 LG화학은 오는 12월 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을 앞두고 있다. 12월 10일로 예고된 ITC의 결과 발표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결과 발표를 목전에 앞두고 진행되는 분사인 만큼 LG화학이 소송전 결과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LG화학 관계자는 "경쟁사(SK이노베이션)가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을 열려 있지만 ITC 소송에 대해서는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소송 최종 판결이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이 구축될 미국 조지아주가 대선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내리더라도 당선자에 따라 행정부 권한의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투입해 2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으로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다만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이나 소재 등을 미국으로 들일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공장 가동에 제약이 생길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ITC의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나 이번 대선에서 일자리 정책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향후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양사 모두 최종 판결 연기에 따라 6주 가량의 시간이 주어졌고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 관계를 합의를 통해 해소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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