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5000억' 현대오일뱅크, 재무 부담에도 회사채 늘린 까닭은

현대중공업지주 정유부문인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77.7% 감소한 3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더팩트 DB

올해 영구채 포함 회사채 1조3300억 원…정유사 중 가장 많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5000억 원대 손실을 내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회사채 시장에서 업계 내 가장 많은 금액을 발행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30일 연결기준 3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4조5779억 원, 영업이익 1011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9%, 54% 감소한 수치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 정유부문인 현대오일뱅크에서 3분기 35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체면치레에 성공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77.7% 줄었으나 전분기 대비 166.7% 개선되면서 2개 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개선과 함께 시황 변동에 따른 탄력적인 제품생산 및 판매 확대가 흑자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 56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5000억 원대 적자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1조 원이 넘어가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재무 부담을 늘려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정유사들이 자본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정유사 중에서도 현대오일뱅크가 단연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된 정유사들이 여전히 불투명한 업황 전망에 따라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더팩트 DB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각 사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말 사모 방식으로 1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올해 회사채 발행액을 총 1조3300억 원까지 늘렸다. 이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활발한 자금 조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에쓰오일(1조1000억 원)보다 높고, GS칼텍스(7600억 원)와 SK이노베이션(4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액을 합한 금액보다 많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회사채를 늘리고 있는 배경에 대해 타 정유사들의 회사채 발행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 총 5조 원대의 무더기 적자를 내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4달러 미만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로 작용된다.

이에 신규 투자나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여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 각각 2조2149억 원, 1조1651억 원, 1조171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와 3분기에 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도 1분기와 2분기를 합한 상반기 기준으로는 5500억 원대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채 시장에서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정유사들이 연일 흥행에 성공하면서 투자 심리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도 회사채 발행액 증대의 배경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시장은 A급 등급전망의 회사의 회사채 수요 예측은 흥행에서 실패한 반면 AA급은 채권 금리가 낮지만 투자 수요가 풍부한 편이다. 현상에 대한 우려보다 신사업 투자 등 미래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초점이 맞춰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국내 정유4사는 올해 업황 악화로 등급이 하향조정된 업체도 있지만 모두 AA급 등급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올해 상반기 기준 신용등급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 현대오일뱅크는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GS칼텍스는 'A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 시장은 A급 이하 등급에서 연이은 미매각이 발생한 반면 AA급 회사채는 유효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시장이다"며 "기존에 오랜 흑자 경영을 이어옴에 따라 높은 등급전망을 보유하고 있던 정유사들이 올해 불투명한 산업전망에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한 상황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 조금이나마 손실 폭을 최소화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재무 부담에도 금융권, 채권 자본시장, 사모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을 가장 활발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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