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가격 상승은 규제 초기 부작용…내년 더 우려스러워"
[더팩트|윤정원 기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을 필두로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세가격의 상승가도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3일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3㎡당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040만 원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가 2000만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8월 1929만 원이던 전세가는 9월 말 1992만 원으로 오르더니 10월에는 2000만 원대에 진입했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60㎡(18평)가 3억7098만 원, 85㎡(25.7평)가 5억2555만 원 수준이다.
앞서 2016년 이후 아파트 매매시장이 활황기를 이어가면서 전세가 상승률 대비 매매가 상승률은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도권 전역에서 전세가율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전세가와 매매가 상승률이 역전된 상황이다.
전세시장의 수요는 서울 및 3기 신도시 인근지역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서울은 매매가격의 과다 상승에 따라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매물 잠김으로 인해 전세 상승세가 가파른 추이다. 3기 신도시 인근 지역의 경우 내년 말 사정청약과 2~3년 뒤 본청약 등에 대비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9월 기준 서울 권역의 전년 동월 대비 전세가 상승률은 △중랑구 25.41% △용산구 25.39% △성동구 23.95% △서초구 22.62% △동대문구 21.65% 등의 순으로 높다. 수도권에서는 특히 하남의 오름세가 눈에 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수도권이 2.37% 오르는 동안 하남은 17.07%라는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과천(7.15%)과 구리(6.14%)도 수도권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신축 주택과 기존 주택 모두에서 전세물건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본래 신축 아파트는 전세 공급의 주요 원천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신축 준공 비율도 감소했거니와 신축 아파트 '초기 전세 거래(입주 이후 6개월 이내 전세 매물로 나온 물량)' 비율도 눈에 띄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경우 올해 6월 기준 신축 아파트 초기 전세 거래 비율이 26.6% 수준이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2월에는 52.4%, 11월에는 49.4%였으나 계속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 하남은 올해 3월 기준 초기 전세 거래 비율이 9.8%에 그친다.
전세난 속에 사람들이 월세 시장으로 빠져나가서 전세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보증금이 많은 순서대로 안정된 형태의 주거라고 인지하는 수요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매년 25만 쌍에 이르는 신혼부부 역시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해 전세로 진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세는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거주 형태다. 혼인건수나 이런 것들을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나오는 전세 수요들이 있다. KB전세수급지수를 보면 가장 최근 지수가 190이 넘는다.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공급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에는 전세안정화 대책이 대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전달(187.0)보다 4.1포인트 상승한 191.1로 집계됐다. 통계가 시작된 2001년 8월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표본 중개업소에 대한 설문을 통해 집계되는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의 숫자로 기록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향해 규제의 칼날을 겨누는 상황이 전세시장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시장 팀장은 "어찌 보면 다주택자가 전세 주요 공급원인데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최근 전세가격이 오른 것은 제도가 도입된 데 따른 초기 부작용정도다. 앞으로의 전세시장이 훨씬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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