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케아 노조 "인간관계를 끊고 싶으면 이곳서 일해라"

이케아 노조는 3일 광명시 이케아 광명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법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광명=이민주 기자

해외이케아 시급 1만7000원 vs 한국은 최저임금…이케아 노조, 투쟁 예고

[더팩트|광명=이민주 기자] '글로벌 기업' 이케아가 국내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대우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케아 직원들은 '유럽식 근무환경'을 홍보해 온 이케아가 정작 최저임금을 주며 노동력을 착취해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외국 이케아와 한국 이케아의 임금 정책을 비교하며 "국내 노동자에게는 특별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고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이케아코리아지회(이케아 노조)는 3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이케아 광명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케아 노동자 10여 명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코스트코 노조 위원장이 참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손에는 '한국 동종업계 최저임금 이케아 규탄한다', '이케아 글로벌 기준 최저임금', '한국법인 노동자도 동등하게 대우하라', '비인간적인 스케줄과 노동력 착취'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려 있었다. 이들은 "한국인 노동자 무시하는 이케아 규탄한다", "한국법인 노동자도 동등하게 대우하라", "이케아 노동자 단결해 단체협약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케아 노조는 글로벌 이케아(해외)와 한국법인(이케아코리아)의 임금 체계를 각각 공개하며 "세계적인 기업 이케아가 한국인에만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케아 노조에 따르면 글로벌 이케아 직원들에는 주말수당, 특별수당을 지급하지만 한국 이케아 직원들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 /광명=이민주 기자

이들에 따르면 글로벌 이케아와 이케아코리아의 임금체계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띤다.

먼저, 외국 이케아 직원들은 평균 시급 15달러(1만7000원)를 받지만 한국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다.

주말수당(150%), 특별수당(저녁수당 120%)을 지급하는 해외법인과 달리 한국 법인에서는 이를 미지급한다. 해외법인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단시간 근무자 25% 추가 지급 등의 저임금노동자 보호 정책도 한국에서만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단시간 근무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근무제도도 한국에는 없다. 한국 법인의 경우 단시간 근무자의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편성한다. 이외에도 관리자와 사원 간 임금배분 비율도 외국은 2:8이지만 한국은 4:6수준이다.

이케아 노조는 이케아가 한국 노동자에만 차별대우를 한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글로벌과 다른 한국 법인의 임금체계를 제시했다. /이케아 노조 제공

정윤택 이케아 노조 지회장은 "많은 언론에서 이케아가 유럽식 라이프 스타일로 근무한다는 식으로 홍보했지만 여기에는 일반 스토어 직원들의 이야기는 없다"며 "현실의 이케아 코리아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퇴사율을 보이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케아는 실제 업무를 넘어서 사상까지 검증하고 단순 노무란 이유로 최저임금을 준다"며 "직무급제로 동일노동 차별 임금을 적용해 무한경쟁을 만들고 파트타임 정규직이란 이름의 시간제 무기계약직을 전체 직원의 60%로 고용해 회사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하게 해 최대한 뽑아먹는다"고 지적했다.

정 지회장은 또 "스케줄 적용 2개월 전 연차를 사용해야 하고 근무 일수를 줄이려 연차를 사용해도 근무를 쪼개 동일한 날을 근무하게 한다"며 "동료와 저녁 식사 한 번하는 건 연중행사가 되는 곳이다. 가족과 친구와 그 외 사회적 인간관계를 끊고 싶으면 이케아에 취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케아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과 의무휴업일 보장 등을 요구하며 필요한 경우 파업투쟁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광명=이민주 기자

이케아가 글로벌 기준을 한국에만 적용하지 않으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이케아는 한국 진출 이후 좋은 기업이미지를 광고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실제로 그들이 말한 '이케아의 가치'라는 것은 결국 노동력을 착취하여 값싼 제품을 파는 구시대적인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이케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7개월간 교섭을 진행했으나, '글로벌 기준'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며 "이케아는 한국 정서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글로벌 기준을 적용해 임금, 포상, 복지, 경조문화 등 국내 동종업계 최하위 수준의 노동환경에서 일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케아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과 의무휴업일 보장 등을 요구하며 쟁의 돌입을 선포했다.

노조의 핵심요구안은 △의무휴업일 보장 △출근사이 14시간 휴식 보장 △임금체계 개편 △무상급식 △병가제도 확대 등이다.

이케아 노조는 "이케아의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는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라며 "노조의 핵심요구는 한국법인 노동자들도 해외노동자들과 같이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것뿐이다. 최악의 조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 직원들에 대한 차별이 이어진다면 향후 파업대회를 비롯해 매장 안에서 다양한 쟁의행동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이케아 코리아는 "당장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입장을 정리해 배포하겠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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