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일부 소액주주 반대에도 외국인·기관 찬성해 통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LG화학이 주총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떼어 내는 물적분할을 확정하고 오는 12월 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한다. 국민연금과 일부 소액주주의 반대에도 외국인, 기관투자자, 주주들의 찬성을 얻은 결과다.
LG화학은 30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동관 대강당에서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하는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날 LG화학 주총장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100여 명에 육박하는 주주들이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소액주주는 주총장에 들어서기 전에 "LG화학의 배터리 분사는 주주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LG화학의 배터리 분사 가능성을 높게 점쳐 왔다. LG화학의 대주주인 그룹 지주사 LG가 30.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글래스루이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외 대형 의결권 자문사들이 모두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주총을 앞두고 표심의 향방이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기도 했다. 지난 27일 국민연금이 "분할 게획의 취지 및 목적에 공감하지만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LG화학의 안건에 반대하면서부터다.
배터리 사업의 미래 가치만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일부 소액주주들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날 주총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이날 주총도 1시간 10분 가량 길게 진행됐다.
그러나 LG화학의 주총 결과 전지사업부문의 물적분할 건이 최종 통과됐다. 사전 전자투표를 포함한 주주 참석률은 77.5%로 총회가 성립됐으며 이중 82.3%의 찬성표가 나온 결과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역시 63.7%를 기록하면서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 수의 3분의 1이상이 찬성해야하는 통과 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LG화학은 계획대로 전지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을 12월 1일 설립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만난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가칭인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사명과 출범식 등 행사, 상장 여부 등에 대해 "사명은 후보군들을 두고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에너지솔루션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출범식을 하더라도 비대면으로 할 예정이며 상장 시기는 미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LG화학에 따르면 주총장에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분사 배경과 주주가치 제고 전략을 밝혔다. LG화학을 전지부문 분할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초격차 전략으로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설명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전지 신설법인을 통해 수주 확대 및 수요 증가를 대비한 투자를 가속화하겠다"며 "이번 분할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LG화학이 '글로벌 Top5 화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주주 여러분의 지지와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