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장례 둘째 날…정재계 인사 조문 이어져
[더팩트ㅣ삼성서울병원=이성락·최수진 기자] '재계 거인'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례 둘째 날인 26일 오전 빈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의 성장을 함께 이끌었던 삼성 전현직 경영진들이 집결한 가운데, 5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건희 회장의 빈소는 전날(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에 마련됐다. 외부 조문은 입관식을 마친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입관식은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자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원불교식으로 진행됐다.
조문의 시작은 삼성 전현직 경영진들이 알렸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이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고, 이후 김기남 삼성전자 DS사업부문장(부회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등이 차례대로 도착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전 종합기술원장)도 굳은 표정으로 도착해 빈소가 마련된 지하 2층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전 KT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55분쯤 도착해 "어른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고졸 임원 출신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빈소를 방문해 "(이건희 회장은) 손톱만 한 반도체 위에 세계를 품으신 세계인"이라며 "배움이 짧은 저에게 '거지 근성으로 살지 말고 주인으로 살아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기억했다.
주요 그룹 총수 중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0분 동안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정의선 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항상 따뜻하게 잘 해주셨다. 너무 훌륭한 분이 돌아가셔서 참 안타깝다"며 "우리나라 경제계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강하게 심어주신 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 체제' 삼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좋은 쪽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등 수많은 재계 인사들이 오전부터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대표 경제 단체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고인의 영정을 보며 이재용 회장 시대가 활짝 열리길 바라는 게 고인의 마지막 생각이 아니셨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계뿐만 아니라 정계에서도 조문이 이어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탁월한 혁신을 이루고 세계적 기업으로 국가적 위상과 국민의 자존심을 높여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추모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웠고, 현대 산업에 가장 필요한 반도체를 혁신의 정신으로 도전해서 세계적으로 육성한 큰 공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장례식장을 찾아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잘 이끌어 세계 일류 기업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중국과의 인연도 깊다"며 "고인의 명복 빌면서 이재용 부회장 지도하에 (삼성이) 중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한층 높이길 믿는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에르씬 에르친 주한터키대사도 정오쯤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아들인 이건희 회장은 1987년 경영 승계 이후 약 27년 동안 삼성을 이끌며 반도체와 휴대전화 사업에서 결실을 보는 등 삼성을 지금의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져 입원한 뒤 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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