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초일류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33년 전 약속 현실이 되다

33년 동안 삼성의 수장을 맡아 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발자취와 노력은 오늘날 삼성그룹을 매출 4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삼성 제공

이건희 회장, 매출 10조 '한국의 삼성' 400조 '세계의 삼성'을 만들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1987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취임사 中)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자,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수십여 년의 지난 오늘날까지 회자하는 '신경영 선언'을 비롯해 쉼 없는 담금질에 일생을 바쳤던 이 회장이 남긴 발자취는 매출 10조 원 규모의 삼성그룹을 33년 만에 4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밑거름이 됐다.

특히,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경제 전체에 강한 울림을 남겼던 신경영 선언은 '글로벌 삼성'으로의 전환점이자 다른 대기업에도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MADE IN KOREA'의 위상을 드높인 촉진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당시 삼성에서 만든 제품은 동남아 등 일부 시장에서 나름의 성과를 보였지만,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혹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눈앞의 양적 목표 달성에 급급해 부가가치, 시너지, 장기적 생존전략과 같은 질적 요인들을 소홀히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이 회장은 경영 수뇌부가 모인 자리에서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국제회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는 따끔한 충고를 던지며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지난 1987년 12월 삼성전자 회장직오른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삼성 제공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의 경영 시계는 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주요 사장단 및 임원들은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해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에 이어 일본 도쿄·오사카·후쿠오카를 옮겨가며 긴급회의에 매진했다.

지난 1993년 6월부터 8월 초까지 이 회장이 신경영을 전파한 국내외 임직원 수는 1800여 명으로 이들과 나눈 대화시간만 350시간, 이를 풀어쓰면 A4용지 8500매에 달한다.

이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의 10년은 과거의 50년, 100년과 맞먹는 기업경영의 변화, 세계 역사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며 품질 경영을 선언한 이 회장은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1995년 3월 단행한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은 이 회장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회장은 11.8%까지 늘어난 제품 불량률을 해소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품질 문제로 수거된 제품을 소각한 데 이어 고객들에게는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 경제 전체에 강한 울림을 남겼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오늘날 글로벌 삼성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삼성 제공

인사제도의 변화도 뚜렷해졌다. 먼저 1993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기존 필기시험에서 전공시험을 폐지하고 전산 기초지식과 상식, 영어 듣기 시험을 도입했다. 이후 1994년 6월에는 가점주의 인사고과, 인사규정 단순화, 인간미·도덕성 중시 채용, 관계사 간 교환근무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은 2013년에도 이 회장은 "초일류 기업을 향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며 최우선 실천 과제로 창조경영을 제시했다.

이 같은 각고의 노력으로 지난 1996년을 기점으로 연평균 17%의 성장율을 기록하며, 휴대전화는 물론 TV,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987년 10조 원에 못 미쳤던 삼성그룹의 매출은 2018년 386조 원으로 39배, 시가총액은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무려 396배 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이후 삼성은 100년 기업을 향한 그 무수한 노력과 도전의 연속이었다'라며 "회장 취임 당시 미래를 향한 약속, IT 강국의 초석, 글로벌 영토확장, 위기 극복의 리더십, 사회 문화 변화 선도, 사회공헌 활동, 상생과 동반성장, 스포츠 지원, 소프트 경쟁력 강화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가 100년 기업 삼성의 밑거름이 됐다. 앞으로도 삼성은 그 꿈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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