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내免 특허, 물거품 되나…업계 "이러지도 저러지도"

제주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에 대한 정부와 지역사회 간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특허 결정을 내린 후 3개월가량이 지났지만, 공고조차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제주국제공항 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면세점이 임시 휴점한 모습. /뉴시스

3개월 넘게 공고도 못 내…'고개 든' 특허 철회설

[더팩트|한예주 기자] 제주 시내면세점 특허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신규 대기업 면세점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제주도청, 도의회, 소상공인 등 지역사회의 반발이 끊이질 않으면서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연일 신규 특허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자 면세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서울과 제주 시내에 대기업 면세점 각각 1곳씩 신규 특허를 결정했다. 최근 3년간 서울과 제주지역 면세점이 각각 평균 38.2%와 47.9%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는 등 시장이 커진 만큼 신규 특허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당초 정부는 대기업의 신청을 받은 다음 심사 절차를 거쳐 올해 12월 혹은 내년 초에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신규 특허 결정을 내린 후 3개월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공고를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는 제주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에 대한 국회,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 수위가 거세진 탓이다. 이들은 부가세 감면 등으로 경쟁력을 갖춘 면세품이 토산품, 생활용품까지 확대해 골목상권과 품목이 중복되면서 지역 상권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 13일 소상공인연합회 광역지회장단은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시내면세점 신규 허용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음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세청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박인철 제주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기재부가 2018년과 2019년 면세점 특허를 부여할 때마다 (소상공인 매장) 폐업률이 10%포인트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후덕 기재위원장도 이에 동조하면서 관세청에 신규 특허 공고를 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23일 또 한 차례 자료를 낸 우원식 의원은 "기재부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는 지역 의견은 물론 그간 시장 성장 상황 등을 고려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제주 신규 특허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제주 소상공인·자영업 현황을 제대로 검토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즉각 제주 면세점 특허 허가를 취소하고 면세점 특허 수 선정에 관한 합리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로 면세업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고가 나온다고 한들 참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 국감에서조차 얘기가 나오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임세준 기자

그간 기재부는 제주면세점 특허 철회 요구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압박에 "여러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변화된 기류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국감장에서도 노석환 관세청장은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된다, 안된다'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사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제주도 여론도 있고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 제주 시내면세점(외국인 대상)은 제주시 연동에 있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단 두 곳뿐이다. 제주는 서울 다음으로 면세점 매출이 높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업을 확장하는 데 꼭 필요한 지역으로 꼽혀왔다. 실제 제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각각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미 한 차례 제주 면세점 특허를 준비했던 신세계면세점과 신규 사업장을 늘리고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사업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면세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당장 정부의 '코로나 지원책'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는 면세점들은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내놓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자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업황이 워낙 좋았지만, 지금은 원점에서 시작하는 거나 다름없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광주 지역 면세점 특허 공고가 나왔지만 아무도 참여를 하지 않았다. 회사는 시장성과 수익성을 고려한 후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인데, 일단은 공고가 나와야 참여 여부를 검토하지 않겠냐.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난감하긴 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자세한 사항은 특허 공고가 나와야 판가름할 수 있다"면서 "면세점 특허 공고 시 나오는 조건들을 보고 입찰 참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업계에서는 기재부의 의지가 조금은 꺾였다는 점에 주목해 특허 공고가 나오기 힘들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상황도 좋지 않은데 현지 반발이 심한 것 같다"면서 "지금 상태로는 사실 공고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정부가 철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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