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아이폰12 효과? 글쎄" 오프라인 예판 첫날 곳곳 한숨

이동통신 3사가 아이폰12 시리즈의 사전예약에 돌입했지만, 매년 새 모델 출시 때마다 오프라인 매장 곳곳에 사람들로 들썩이던 분주한 광경은 찾을 수 없었다. /최수진 기자

"온라인 사전예약 혜택 커지고 코로나19 덮친 뒤 내방객 크게 줄어"

[더팩트│최수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내방객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사전예약 혜택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아이폰 효과'도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통신사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이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의 신제품이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신제품 출시 때마다 매장을 가득 메웠던 사전예약 고객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는 아이폰12 시리즈의 사전예약 현장 상황을 살피기 위해 종로구 일대 이동통신 3사 매장 10곳을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대리점뿐 아니라 이동통신 3사의 대형 직영점에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사진은 SK텔레콤 매장 모습. /최수진 기자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대리점은 물론 이동통신 3사의 대형 직영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 매장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는 어떤 매장에서도 사전예약 고객을 만나지 못했다.

23일 자정부터 시작된 온라인 사전예약 반응과 대조를 이뤘다. 실제로 SK텔레콤, KT 등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선착순 사전예약 이벤트는 오픈 1~2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했으며, 당시 SK텔레콤의 공식 홈페이지 '티월드'는 접속이 지연되고 새벽 한때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예약 비중이 지속 늘어나고 있고, 아이폰12 사전예약 선착순 이벤트에 접속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서버 용량을 늘리는 등 대비를 했다"며 "실제 예약이 시작된 자정을 기점으로 새벽에 트래픽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폰12 시리즈의 인기가 높아 온라인에서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홈페이지의 사전예약 혜택이 늘어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자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은 크게 줄었다. 사진은 KT 매장. /최수진 기자

반면 현장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광화문역 근처의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나온 아이폰11 시리즈 때는 사전예약 첫날 80대 정도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이곳에서 영업을 오래 해서 기존 고객들도 많고, 아이폰 자체의 인기도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예약량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예약 시작 전에 대략적으로 얼마가 팔릴 수 있을지 자체적으로 알아보는데 50대 정도로 관측하고 있다"라며 "요즘 같은 업황에서는 그 정도만 나와도 감사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초기와 비교해도 상황이 많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올 초 내방 고객이 감소한 이후 좀처럼 회복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직원은 "코로나19 초기보단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오프라인에서 느끼는 아이폰12 인기는 전작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아이폰은 워낙 충성고객이 많다 보니 디자인, 스펙 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특정 모델에서 예판량이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아이폰11 시리즈 예판 첫날 30개 정도가 계약됐지만, 올해는 이보다 줄어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KT 직영점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한 직원은 "매장에서는 지금까지 한 건의 예약도 나오지 않았다"며 "내방객 자체가 줄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낮 12시가 지나자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을 만날 수 있었다. 광화문역 인근 SK텔레콤 직영점에서 만난 남성 고객 이모 씨(36)는 "이 근처 회사에 다닌다"며 "점심 먹기 전에 사전예약을 하려고 들렸다. 아이폰12프로 256GB 화이트를 신청했다. 원래는 아이폰11프로맥스를 썼는데 너무 무거워서 바꾸려고 한다. 통신사는 기존에도 SK텔레콤을 썼다. 사은품을 받기 위해 사전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SK텔레콤 매장에서 만난 여성 고객 김모 씨(31)는 "온라인에서 구매하려고 했다"며 "자정에 사전예약 사이트가 열린다고 해서 대기했는데 선착순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해서 그냥 원래 구매하던 매장으로 왔다. 바꾸는 이유는 특별히 없고 그냥 아이폰 자체를 좋아한다. 지금 아이폰XS 골드를 쓰고 있는데 18개월 정도 사용했다. 가족결합으로 할인을 받고 있어서 다른 통신사는 생각 안 하고 기기변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종로구 일대 다수의 매장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초기 내방객이 감소한 이후 최근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매장. /최수진 기자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인근 매장에 들러 아이폰12 시리즈의 사전예약 고객을 기다렸지만 직접 마주한 고객은 총 3명에 불과했다.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통신사 대리점의 직원은 "오늘 아이폰12 시리즈의 사전예약 관련 상담을 받으러 3명이 들렀고, 이 가운데 2명이 예약을 했다"며 "앞서 매장에서 개통한 고객들이 전화로 많이 문의한다. 기본 모델보다는 프로 모델에 관심이 크다. 전작의 예판 상황을 생각해보면 오늘 10건 정도의 예약이 나올 것으로 본다. 아이폰은 사전예약 대부분이 실개통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통신사 매장 직원은 "현장은 온라인 분위기와 다르다"며 "과거에는 지나가다가도 매장 벽면에 붙어있는 홍보 문구를 보고 그냥 들어와서 상담을 받고,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고객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사전예약을 생각하고 있는 고객 대다수는 온라인 방식도 고려하지 않겠나. 지금까지 4명 정도가 매장에 들렀는데 이것도 '아이폰'이니까 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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