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분기배당 위해 정관 변경 작업 추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국내 금융지주들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배당 확대를 고심하고 있다. 주가가 저평가되면서 지주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분기배당을 실행하기 위해 정관 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 정관 제59조 2항은 중간배당을 1년에 한 차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변경해 분기별로 최대 네 차례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중에서 분기 배당은 처음이다.
신한금융은 분기배당 추진안을 이사회에서 결의한 후 내년 3월 주주총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잠잠해진 후 배당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도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로 중간배당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환 KB금융 재무총괄(CFO)은 지난 22일 KB금융 3분기 경영실적 등을 발표하기 위해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은행주의 성장성에 제한이 있다 보니 시장에서 배당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면서 "중간배당에 대해 구체적 계획을 세운 건 없지만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KB금융은 분기배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뒀다.
김기환 CFO는 "KB금융은 이미 정관에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명시해놨다"며 "별도의 정관 변경 없이 분기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정관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KB금융은 3월과 6월, 9월 말일을 기준으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금전으로 이익을 배당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앞서 코로나19 여파에도 좋은 실적을 보이며 지난 7월 올해 첫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하나금융은 2005년 지주사 출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온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인수합병(M&A)을 대비한 자금 수요가 있지만 배당 성향만큼은 낮추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8.8%로 하나금융(5.5%), KB금융(4.5%), 신한금융(4.06%)을 모두 웃돈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은 배당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실물경제 위축 등을 이유로 '배당 자제' 권고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4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에 배당금 지금 자제 권고한 것에 이어 현재도 배당정책을 보수적으로 하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시장에서 (배당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배당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간배당의 경우 실제 시행 여부를 두고 검토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시행되더라도 내년 상반기부터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배당 확대 카드를 꺼내는 배경에 대해 최근의 주가 하락세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일제히 우하향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수익 악화가 예고된 데다 사모펀드 보상 문제가 겹쳤다.
실제로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연초 대비 20~30%가량 하락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1월) 4만2000원대였던 주가가 22일 종가 기준 3만20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는 4만8000원대였던 주가가 4만1900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는 3만6000원대였던 주가가 3만2150원으로, 우리금융지주는 1만2000원대였던 주가가 8880원으로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상반기에 금융권은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냈으며, 3분기에도 KB금융지주가 깜짝 실적을 내는 등 전반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이 좋은데 배당금을 축소할 이유는 없어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당을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