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급부상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 체제로 변화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정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그룹주 변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취임 이후 현대그룹주에서 가장 주가상승이 높은 종목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전날인 20일 종가 기준 전일대비 2만5000원(+14.33%) 오른 19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4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12일 15만 원이던 주가는 20일 19만9500원까지 상승했다.
이같은 상승은 정 회장이 지난 14일 그룹 수장으로 올라서면서 나타난 변화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 취임 소식에 의해 10월에만 25% 이상 상승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8년 4월 17일(18만8000원) 이후 3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향과 관련해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를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여러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에 제시된 방안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감이 실린다. 지난 2018년부터 거론된 개선안은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부문을 분할시켜 상장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정 회장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커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갖고 있다. 반면 현대차(2.62%), 기아차(1.74%), 현대모비스(0.32%) 등 지분은 각각 3%를 넘지 않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1.72%, 현대오토에버는 9.57%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예상이 나오자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혀 당분간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의 상승에 대해 "정의선 회장의 취임으로 현대차 그룹의 지배 및 사업구조개편에대한 기대감이 부각됐으며, 현대차그룹의 신사업(수소경제 및 전기차 사업, 중고차 유통 등) 추진과정에서 글로비스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된다. 이에 새로운 사업영역 구축 역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날 현대·기아차 악재에도 현대글로비스는 장중 20% 이상 상승했다. 20일 현대·기아차가 품질 비용 처리를 위해 3조40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기로 했다는 소식에 하락한데 반해 대조적인 결과를 보인 것이다.
향후 그룹주 내 전체적인 흐름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장과 주주에 친화적으로 진행될 경우 그룹 주가의 가치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 주가의 목표치를 이달 22만 원으로 상향했다. 하나금융투자와 KB증권은 각각 21만 원, 21만5000원 등으로 목표치를 높였다. 미래에셋대우와 KTB증권은 기아차의 주가가 5만2000~5만4000원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수혜주라는 점 때문에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기업 내부적인 의사에 의해 결정되기에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울 뿐더러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지난 2018년과 비교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유인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면 3월 현대모비스 주가 급등 시점에 모비스 지분을 대거 인수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액션이 없었다. 또한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해소할 가능성 등 여러 예상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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