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고품질 윤활유 신제품 출시 잇따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윤활유 부문에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력 사업인 정유사업의 부진으로 경영 환경 악화에 빠진 정유사들이 사업 비중이 낮지만 흑자를 냈던 윤활유 사업을 확대해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올해 윤활유 사업 부문에서 신제품을 내놓거나 사업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각 사의 윤활유 및 윤활기유 부문 사업 비중이 주력 사업인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에 비해 5~10%에 그치지만 적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높은 수익성을 기록함에 따라 새로운 수익 모델 찾기에 주력한 모양새로 풀이된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루브리컨츠를 통해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윤활유 신제품 'SK ZIC ZERO'를 14일 출시했다. 용기와 제품 뚜겅, 포장재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으로 제작했으며 국제 윤활유 성능 규격에도 충족시켜 친환경 엔진오일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박지원 SK루브리컨츠 윤활유사업본부장은 "제품 포장부터 성능까지 친환경을 추구하는 SK ZIC ZERO 신제품으로 프리미엄 친환경 엔진오일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은 윤활유 사업 확대 전략을 위해 해외에서 처음으로 윤활유를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인도의 윤활유 1위 기업인 걸프오일윤활유와 파트너십을 맺고 에쓰오일의 자사 윤활유 브랜드 'S-OIL SEVEN(에쓰오일 세븐)'을 인도 현지에서 직접 제조 및 판매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2006년부터 걸프오일윤활유에 윤활기유를 수출해오면서 신뢰 관계가 형성된 결과라는 자평이다.
후세인 알카타니 에쓰오일 대표는 "에쓰오일 윤활유의 인도 생산은 걸프오일과 상생 협력에 기반한 장기적인 관계 형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세계 최대 윤활유 시장 중 하나인 인도 시장 개척을 위한 파트너십을 다졌다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부터 친환경 가솔린 엔진용 윤활유인 '현대 엑스티어 울트라' 시리즈 11종을 출시해 윤활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 엑스티어 울트라는 미국석유협회와 국제윤활유표준화위원회의 규격을 모두 충족하는 친환경 휘발유 엔진용 윤활유로 세계 친환경 윤활유 시장에서 존재감을 증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충남 대산 현대오일뱅크 공장의 윤활유공장 증설 공사를 마치는 등 생산량을 늘리기도 했다. 기존 자동차용 엔진오일과 산업용 윤활유의 생산능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윤활유 첨가제도 생산해 신규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15일 하이브리드차 전용 엔진오일 '킥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GS칼텍스도 윤활유 사업 확대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석유협회의 최신 등급인 SP등급 규격을 충족했으며 기존 고품질 윤활기유에 고성능 첨가제를 사용해 연비개선효과와 엔진부품 보호성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 국내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 40% 이상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출시한 하이브리드차 전용 엔진오일 킥스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친환경 차량 수요를 고려한 전용 제품개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유사의 최근 윤활유 부문 사업 확대 전략이 부진한 주력 사업을 대체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데 어느정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는 유럽 등을 중심으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친환경을 접목한 고품질 윤활유 사업이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윤활유 시장이 5년 내 연 평균 13%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조사결과가 있다.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친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라 친환경차에만 사용이 가능한 고품질 윤활유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며 "이처럼 고품질 윤활유 시장 수요에 반응한 정유사들이 발빠르게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