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중"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실타래 이번엔 풀까

현대차그룹 수장이 된 정의선 회장이 2년 전 고배를 마셨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어떤 식으로 재정비할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회장 내놓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 전환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2년 전 고배를 마셨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어떤 식으로 재추진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 현대차그룹 수장이 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전날(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했다. 이날 정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추진하겠다'는 식의 명확한 답변은 아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개편안 재추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 회장은 이미 앞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로 전환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 배경과 관련해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자동차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해 본연의 경쟁력 및 기업가치를 높이고, 순환출자 등 국내 규제를 모두 해소하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고 현대차와 기아차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잇달아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더팩트 DB

그러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주주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잇달아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현대차그룹은 5개월여 만인 같은 해 8월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계획을 철회했다.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재점화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2년 전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 바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 및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다시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러 방안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2018년 그룹 측이 제시한 개편안을 토대로 합병 비율을 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비율을 0.61대 1로 제시했지만, 엘리엇을 비롯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정의선 회장 역시 앞서 첫 개편안 철회 당시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주주친화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재검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립각을 세웠던 엘리엇이 그룹 계열사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하고 철수하는 등 2년 전과 비교해 유리한 대외환경이 조성됐지만, 남아있는 국내외 주주들의 지지 없이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과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해 개편안을 철회했던 만큼 현대차그룹이 새로 제시할 개편안의 초점은 주주들의 '찬성표'에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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