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한솔케미칼, 역대 최대 실적 기대감 증폭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한솔제지와 한솔케미칼을 두 축으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한솔그룹이 올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주력 사업의 시장 호황에 따라 견조한 수익을 내면서 오너의 지분 확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지주사 한솔홀딩스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오너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낮아 소액주주연합의 적대적 공세를 허용하며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한솔그룹은 삼성가(家) 장녀 고(故) 이인희 고문이 일군 회사로 세 아들 중 장남인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과 삼남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각각 한솔케미칼과 한솔제지를 지배하는 한솔홀딩스의 최대주주로써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둘째인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 비리 사건에 휘말린 후 경영 참여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룹 총수는 삼남 조동길 회장이다. 조동길 회장은 지난해 별세한 故 이인희 고문으로부터 2001년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받은 뒤 그룹의 뿌리 사업이자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지주사 한솔홀딩스를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조동길 회장이 당초 지주사 보유 지분이 낮았기 때문에 경영 지배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한솔그룹의 지배구조 전환작업이 마무리된 2016년 말 기준 조동길 회장의 지분율은 7.9%이었으며 이를 포함한 한솔홀딩스 최대주주와 관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9.37%에 불과했다.
실제로 조동길 회장은 지난해 자신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낮은 탓에 적대적 주주제안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연합은 한솔홀딩스 정기 주총에서 소액주주 지분 20%을 모아 무상감자에 따른 자본금 조정 안건과 이사 선임 안건 등 안건을 거부하고 이사 보수 삭감과 자신들이 추천한 인물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동길 회장은 한솔홀딩스 지분을 소폭 끌어올렸음에도 10.28%였고 특수관계인 지분도 21.82%에 불과했다. 결국 국민연금 등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 소액주주연합의 적대를 겨우 막았으나 이 과정에서 한솔홀딩스가 무상감자 안건을 포기하면서 불성실 공시법인에 지정되는 망신을 겪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그룹 오너가 적대적인 주주제안을 방어해 원하는 경영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특수관계인 지분 33.34%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정관 변경이나 이사 감사 및 해임, 분할, 인수합병 등 경영상 주요 안건을 주주총회(주총)에서 결의 처리할 때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이상이 반대하면 안건을 승인받지 못해서다.
이후 조동길 회장은 향후에도 있을지 모를 적대적 주주제안 등을 우려해 지속적으로 개인 지분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으나 아직 경영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지점에는 접어들지 못했다. 조동길 회장의 올해 상반기 기준 한솔홀딩스 지분율은 17.23%이다. 지난해 故 이인희 고문의 지분을 증여받은 한솔문화재단(7.93%), 조동혁 회장의 한솔케미칼(4.31%)을 포함하면 한솔홀딩스의 오너 관련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30.30%이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33.34%까지는 3.01%의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올해 한솔그룹 내부에서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올해 모든 계열사의 사업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주주친화정책인 배당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조동길 회장 역시 한솔홀딩스의 배당이 진행되면 추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지배력 제고의 가능성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 특히 그룹의 뿌리 사업인 핵심 계열사인 한솔제지가 올해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이면서 가장 중요한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조동길 회장이 이를 바탕으로 지분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솔제지의 모회사는 한솔홀딩스이며 조동혁 명예회장의 한솔케미칼과는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
더욱이 한솔홀딩스가 지난 14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 매년 발표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등급에서 지난해보다 상승한 통합 'A'등급을 받은 것도 지배구조 강화에 힘을 더할 수 있는 객관적 요소로 관측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ESG 평가를 통해 환경(E), 사회적 책임(S)과 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인 영역에 대한 주주친화 및 지속가능경영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도 투자기업을 고를 때 ESG 지수를 중요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 한솔그룹 '두 축' 한솔제지·한솔케미칼, 올해 역대 최대 실적 기대감 높여
제지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한솔홀딩스의 자회사 한솔제지는 올해 상반기 매출 7775억 원, 영업이익 744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4% 오른 수치이며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9.6%에 달한다. 지난 2015년 지주사 체제 전환이 진행된 후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한솔제지의 올해 반전은 공교롭게도 산업계 전반적인 경영환경을 악화시킨 주범인 코로나19의 영향이다. 한솔제지가 지난해 4차산업 혁명 도래에 따른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제지 수요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053억 원에 그쳤으나, 올해에는 비대면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등 관련 업종이 호황을 보이면서 포장박스용 백판지 수요가 늘어나는 등 호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솔제지는 충남 천안 천안공장과 서천 장항공장 등에서 인쇄용지, 산업용지, 특수지를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을 이행하고 있다. 이중 백판지 등 박스 용지를 만드는 산업 용지 부문에서 비대면 관련 업종의 인프라 확대에 따라 택배업종 등 성행으로 높은 수익을 이끌어 냈다. 2분기에는 전사 영업이익의 87%를 산업용지가 담당하기도 했다.
3분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역시 8월 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전국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및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제지 수요가 더욱 늘어난데다가 9월에는 제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명절 특수'까지 겹친 까닭이다. 백판지가 수출용보다 내수용 가격이 높은 만큼 국내 수요가 증가하면서 당분간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동혁 명예회장의 한솔케미칼도 눈에 띄는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솔케미칼이 한솔그룹의 대부분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조동길 회장의 한솔홀딩스와 규모의 차이가 있으나 한솔케미칼에 조동길 회장 개인 지분도 소량 있는 만큼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솔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매출 2954억 원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한솔제지에 버금가는 738억 원을 기록하면서 25%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냈다. 주요 협력사인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TV 등 세트 판매 호조에 따른 퀀텀닷 소재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삼성전자 평택 신공장에 신규라인용 반도체 공급 증가로 반도체 세척에 사용되는 과산화수소 수요 등이 오른 영향이다. 또 2016년 인수한 바인더 생산 업체 테이팩스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 호황으로 바인더 출하 증가가 기대를 모으면서 3분기에도 유려한 영업이익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솔케미칼의 지배구조는 올해 상반기 기준 조동혁 명예회장이 14.47%로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며 조동길 회장이 0.31%, 조동혁 명예회장의 딸 조연주 한솔케미칼 사장이 0.03%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은 15.02%로 낮은 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솔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형제 경영의 축으로 꼽히는 한솔제지와 한솔케미칼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업계 대부분의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사업성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조동길 회장이 과거 지주사 주총에서 오너 관련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낮은 탓에 곤욕을 치루기도 한 만큼 올해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배당을 실시하고 지분을 더욱 늘려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