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감 오늘(7일) 시작…총수 빠져도 기업인 줄호출 여전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되는 가운데,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증인 출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새롬 기자

기업인 줄호출에 '호통 국감' 우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국감)가 7일부터 26일까지 20일 동안 진행된다. 올해 국감 증인으로는 대기업 총수 등 거물급 인사들이 채택되지 않았지만, 대기업 고위 임원들의 출석이 예정돼 있다. 재계에서는 증인 신청 사유와 관계없이 기업인들을 불러 세워 호통을 치는 행태가 올해도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오전 열리는 농림축산식품부 대상 국감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대기업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당초 기업 총수들을 국감장에 세우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증인 목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부사장급으로 변경했다. 출석 예정자는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양진모 현대차 부사장, 강동수 SK 부사장, 전명우 LG전자 부사장, 임성복 롯데그룹 전무 등이다.

이들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기부 실적과 관련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저조한 기부 실적 책임을 물어 결과적으로 기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오는 8일 방송통신위원회 대상 국감에는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5G 통신 서비스 품질에 대한 논의가 예상된다. 또 국감 단골 소재인 통신비 인하 문제와 관련한 일방적 질타 또는 압박성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배달앱 관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또 강계웅 LG하우시스 대표이사, 강승수 한샘 대표이사가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문제에 대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그린뉴딜 사업), 김동욱 현대차 전무(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이감규 LG전자 부사장(기술 탈취) 등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인들의 국감 출석이 예정돼 있지만, 정작 해외 기업인들은 불출석 의사를 밝혀 맹탕 국감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감에 출석한 한국 영업·마케팅 담당 존 리 구글 사장. /더팩트 DB

환경노동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다수의 고위 임원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특히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뉴스 배열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 대한 증인 채택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재계는 올해도 질타 위주의 국감 분위기가 형성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물론 실무자를 중심으로 증인이 채택된 만큼 건전한 의견 청취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엽적인 사안으로 기업 총수를 부르는 등 흥미 위주 증인 채택은 올해부터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인 망신 주기' 관행이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맹탕 국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인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상황에서 정작 민감한 이슈와 관련한 해외 기업인들은 출석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감에 증인으로 호출된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가 해외 거주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앞서 구글은 내년 10월부터 구글 플레이를 통해 배포되는 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모든 결제는 무조건 자사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고, 여기에서 수수료 30%를 떼가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내세워 앱 수수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레지날드 숀 톰슨 대표도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논란에 대한 검증은 이번 국감에서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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