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승계' 시동 건 신세계…정용진·정유경 증여세만 3000억 원?

신세계그룹이 경영 승계작업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왼쪽부터) 모습. /신세계그룹 제공

이명희 회장, 정 남매에 4932억 원 규모 지분 증여…증여세 현금 납부 가능성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세계그룹이 경영 승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남매에게 지분을 증여하기로 하면서다.

사실상 그룹이 계열 분리 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300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 납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명희 회장은 전날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정유경 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했다.

정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이마트(28일 종가 14만1500원) 증여주식의 평가금액은 3244억 원, 정 사장의 신세계(20만8500원) 증여주식 평가액은 1688억 원으로 추산된다. 총 4932억 원 규모다.

이번 증여를 통해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최대주주로, 정 사장은 신세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 원을 넘을 경우 최고 세율 50%가 매겨지고, 여기에 최대주주 보유주식일 경우 할증률 20%가 붙는다.

이를 적용하면 정 부회장의 납세액은 1946억 원, 정 사장의 납세액은 1012억 원이다. 여기에 증여 금액이 30억 원 이상일 때 적용받는 누진공제 4억6000만 원을 빼면 각각 1942억 원, 1007억 원이다. 두 남매가 내야 할 증여세가 총 2949억 원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이명희 회장의 증여를 통해 두 남매의 증여세가 3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모습. /신세계그룹 제공

다만, 향후 두 달간 주가 변동 추이에 따라 세금 액수는 변할 수 있다. 상장사 주식 증여의 경우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60일 이후(120일) 종가의 평균으로 증여세를 정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완납이 부담스럽다면 증여주식 일부를 세무서에 담보로 걸고 최장 5년간 나눠 낼 수도 있다.

추가로 주가가 급락할 경우 이 회장이 주식의 증여 시점을 변경할 수도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은 증여가 발생한 월의 마지막 날로부터 3개월 내이기 때문이다. 실제 CJ그룹은 증여 취소 기간인 3월 31일 증여를 취소한 후 재증여를 결정하며 절세 효과를 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용진, 정유경 남매는 이번 증여세 납부를 현금으로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금납부는 자회사 지분 매각, 은행 대출, 배당금 수취 등의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해 현금으로 증여세를 내는 방법이다.

특히,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최대주주 지분율이 28.6%인데 증여세를 주식으로 납부할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진다는 점 때문에 이 같은 해석이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이 지분 증여에 나선 것은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 정용진·정유경 남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그룹의 지속 성장을 위해 각 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의 경우 대형할인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 이마트와 백화점과 면세점 위주의 신세계로 분리 체계가 확립됐다"며 "영업 환경 및 업체별 전략 수립에 따른 실제 실적 개선이 관건이나 중장기 주가 저점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yj@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