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매물·개인간 사기행각 등 장외주식 우려도"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개인투자자들의 넘쳐나는 유동성이 장내 주식시장 울타리를 넘고 있다. 한 때 공모주 시장에 몰렸던 자금은 장외시장 등으로 향하면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외시장인 K-OTC(한국장외주식시장)에서 월별 거래대금이 5월 이후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월별 거래대금은 지난 5월 721억 원에 그쳤지만 6월 1179억 원, 8월 1481억 원으로 급증했다. 거래대금은 현재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로, 이달에도 1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비상장기업 관련 장외주식 매매 플랫폼이다. 시장 안팎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장외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대박주'를 발굴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거래량 역시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종목의 몸값 역시 나날이 커지며 시총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K-OTC에 상장된 13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15조4928억 원이다. 이는 지난 3월 말 11조4053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35%가량 증가한 규모다.
규모를 늘린데는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얻는 대형주들의 활약이 컸다. 특히 K-OTC 전체 시총 1위인 오상헬스케어의 시총은 지난 8월 말 9033억 원 수준이었다가 이달 22일 기준 1조1359억 원으로 25.7% 뛰어올랐다.
이외에도 대기업 계열사들이 시총 상위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시총 1조63억 원)를 비롯해 롯데글로벌로지스, 포스코건설, SK건설 등이 시총 9000억 원대에 포진해 있다.
최근에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천 단위까지 치달은 탓에 이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장외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주식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 중 벌써부터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흥행이 기대되는 종목들은 장외 시장에서도 불티가 나는 상황이다.
최근 장외주식에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준비 중인 업체 중 대어로 꼽히는 빅히트,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에 관심이 뜨겁다.
최근 IPO추진을 결의했다고 밝힌 카카오뱅크만 살펴 보더라도 장외 주식 가격이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당 가격은 11만1000원이었다. 매도 호가는 18만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한편 장외주식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허위매물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피해는 주로 사설 장외주식 사이트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도권 내에 그나마 안전하게 장외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은 K-OTC이지만, 인기 있는 종목의 매물이 많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기업과 주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인기 종목의 매물을 찾아 사설사이트로 몰린 투자자들은 막상 원하는 매물을 찾아 연락했더니 허위매물이거나, 다른 주식을 소개받게 되는 등 허탕을 쳤다는 사례가 나타났다.
한 장외주식 투자자는 "장외 빅히트 매물을 사설 사이트에서 찾았지만 막상 전화를 걸었더니 매물이 없다며 다른 주식을 추천해 주는 일을 빈번하게 겪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설사이트에서 진행되는 장외주식 거래는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시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외주식이 정보도 풍부하지 않고 매물도 제한적이다 보니 브로커들이 허위매물을 올려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삼거나 이를 또 다른 주식을 파는 수단으로 삼는 등 악용할 수 있다"며 "사설 사이트를 이용하면 모든 거래의 책임은 개인투자자가 짊어져야 하기에 거래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중간자인 브로커를 끼고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또한 장외주식은 변동성이 크며 투자자 손실 리스크가 커지는 특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어 "추천 받은 주식을 덥썩 사들였다가 추후 상장 무산 혹은 주가급락을 얻을 시 피해는 투자자의 몫이 된다. 주식 고평가 판단부터 개인간 투자의 위험성 등 여러 요소를 고루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