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BAT, 전자담배 밀다가 휘청…"규제 완화" 한목소리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6831억 원, 영업이익은 44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5%, 영업이익은 36.3% 감소했다. /더팩트 DB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 1억8090만 갑, 전년 동기대비 6.6% 감소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예년만 못하지만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 등 외국계 회사들은 전자담배 시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반담배의 판매 비중은 늘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반대 모습이다. 하지만 글로벌 담배회사들은 지속 투자로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0 상반기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의 누적 판매량은 1억8090만 갑으로 전년 동기 대비(1억9360만 갑)에 비해 6.6%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비중은 11.6%였지만 올해는 10.4%로 내려앉았다.

반면 일반담배의 상반기 판매량은 15억5000만 갑으로 전년 동기 14억7000만 갑 대비 5.4% 증가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시들자 그동안 '아이코스'를 밀어붙인 한국필립모리스의 실적도 내림세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6831억 원, 영업이익은 44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5%, 영업이익은 36.3% 곤두박질쳤다.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판매하는 BAT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562억 원, 영업손실 51억 원을 기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축소와 부진한 실적에도 글로벌 담배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역설적으로 주력 상품인 일반담배의 연기를 없애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은 지난해 연구개발 지출의 98% 이상을 자사 비연소 제품에 사용했다.

앙드레 칼란조풀로스 PMI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10~15년 이내에 많은 국가에서 일반담배 판매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팬데믹은 우리가 과학에 근거해서 행동하고, 또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활발히 대화하도록 만들고 있다"라면서 "에너지와 자동차 산업도 이제는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이 담배와 니코틴 분야에서도 이런 관점의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해로움을 줄이는 노력이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고 담배 산업도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BAT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562억 원, 영업손실 51억 원을 기록했다. /이동률 기자

BAT그룹은 2030년까지 5000만 명의 비연소 제품 소비지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킹슬리 위튼 BAT 마케팅 총괄임원은 글로벌 니코틴 담배 포럼에서 "BAT의 목표인 '더 나은 미래'는 소비자에게 덜 위해한 제품을 더 폭넓게 제공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라며 "현재 전 세계 1200만 명의 비연소 제품 소비자를 확보했으며, 2030년까지 이 분야 소비자를 5000만 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 경영인의 공통적인 주장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절대적인 기준보다는 입증된 위험 요인을 고려한 맞춤식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등은 일반담배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맞는 인센티브와 세율 등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7월 개별소비세에 이어 8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및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세금 및 부담금 4종에 대한 2배 인상안을 확정 발표했다.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담배 수준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담배는 어떤 형태든 해롭기 때문에 '덜 나쁘다'고 차등 규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담배 과세체계에 대한 입장을 보면 일반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 모두 '동일한 담배'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연구를 통해 일반담배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전자담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담배 제품 종류별 위해성에 비례한 담배 규제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정부도 '더 위해한 담배는 규제를 강화하고, 덜 위해한 담배는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담배 위해성에 비례한 담배 규제 정책의 도입을 실질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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