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인기에 증권사들 마케팅경쟁 '심화'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서학개미(해외주식을 사는 국내 개인투자자)'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이 일제히 해외주식거래 관련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타증권사에서 고객을 '빼오는' 경쟁까지 치열해지자 일각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 식' 할인으로 업계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국내투자자의 외화증권 관리금액은 498억 달러로 지난해 말 436억 달러 대비 14.2%이상 증가했다. 서학개미가 해외주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서학개미가 가장 관심있는 것은 미국주식으로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니콜라 등에 투자가 늘고 있다. 서학개미는 최근 미국 성장주 조정 국면에도 꾸준히 사들이며 국내주식 못지않은 투자열기를 나타냈다. 테슬라 주가가 18% 넘게 하락한 지난 1일부터 3일 사이에는 3969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4일 주간에는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순매수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순매수 규모는 3억5379만 달러(약 4201억 원)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미국 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증시에도 최근 관심이 커지고있다.
증권가에서는 점차 늘어나는 서학개미를 고객으로 잡기 위해 쟁탈전이 시작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다음 달 23일까지 해외주식거래 고객을 상대로 미션을 달성하면 포인트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4일부터 모바일증권 서비스 '나무' 앱으로 해외 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을 상대로 매매수수료율을 0.09%로 낮추는 혜택을 준다. 혜택 기간 환전 수수료도 우대율을 100%로 적용해 사실상 환전 수수료를 없앴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해외 주식 거래 신규 고객에게 거래수수료를 0.08%(미국 기준)까지 낮추는 우대 혜택을 꺼냈다. 환전 수수료도 우대율을 80%로 적용하는 이벤트도 제공한다.
타깃은 해외 주식 거래를 처음 하는 고객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타 증권사를 이용하는 해외주식 거래 고객이 자사 계좌로 옮겨올 경우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경쟁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14일부터 신한금융투자는 최대 300만 원의 해외주식 입고 이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최대 200만 원을 리워드를 지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부터 이달 말까지 타사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1000만 원 이상 입고하고, 이벤트 기간 내 1000만 원 이상 온라인으로 해외주식을 거래할 경우, 최대 1000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지난해에도 지나친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인해 '스스로 제 살을 깎아먹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비대면계좌 비중이 커지면서 무료 수수료를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너나 할 것없이 펼치면서 주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을 포기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객을 빼앗고 빼앗기며 리워드를 지급하는 방식 등에 의해 업계 전반에 다함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중소 증권사들이 겪는 출혈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고객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보다 중소형 증권사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최근 해외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을 향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해외주식은 상한, 하한폭 제도가 국내 시스템과 다르며 환율과 수수료 등 고려할 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이어 "최근 서비스를 확대한 증권사들로 인해 해외주식 접근성이 쉬워지면서 손실범위도 넓어지게 됐다"며 "투자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