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주관사 투자설명회 열 예정…부채 및 노노갈등 관건
[더팩트|한예주 기자]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불발로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이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과 투자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현재 항공업계에서는 인수 가격뿐 아니라 조종사 노조의 협조 여부가 재매각의 관건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진짜 오너'로 지목된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어 무사히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매각 주관사들은 일차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한 8개 업체를 상대로 조만간 투자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8개 업체 중에는 물류와 여행, 레저 사업을 하면서 이스타항공이 가지고 있는 노선 등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기대하는 기업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희망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스타항공 인수의 관건으로 각종 비용 절감 문제와 함께 강성으로 분류되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를 꼽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노선과 운수권,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항공기, 인력 등을 갖추고 있어 손쉽게 항공 산업에 들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2000억 원이 넘는 부채가 부담스럽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관건은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부채를 얼마나 탕감받을 수 있느냐다. 이스타항공의 부채 2000억 원 중 600억 원은 탕감할 수 없는 임금채권(체불임금 및 퇴직금)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노조다. 현재 이스타항공 내부에는 조종사들로 구성된 조종사 노조만 결성돼 있고, 나머지 직원들은 정식 노조가 아니라 근로자대표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150명 정도로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 노조 소속이다. 근로자 대표단은 지난 3월 말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된 직할·영업운송·정비·객실·운항 등 부문별 대표자 5인이다. 실제 재계 순위 50위 안에 드는 B기업도 노조를 부담스러워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이 달랐던 조종사 노조와 근로자 대표단의 노노 갈등 양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실제로 이달 7일 605명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가 진행된 뒤 익명 소셜미디어인 블라인드 등에는 조종사 노조 집행부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엔 회사 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대해 조종사 노조가 육아휴직 카드를 꺼내 들면서 다시 불거졌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선 "무급휴직하면 체당금 안 나온다고 뭐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구조조정을 한다니까 순환 무급휴직이냐"라며 조종사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도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스타항공의 605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체불임금과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고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7월 1일 자로 이스타항공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이 사재 출연을 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특위'가 나서서 이상직 의원을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영·최승재·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의원은 편법 재산 대물림과 차명주식 논란, 각종 횡령 등 모든 의혹과 고발사건에 대해 숨김없이 진실을 밝혀달라"며 "직원들은 희망퇴직, 무급 휴직에, 체불임금 포기 등 힘겹게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데 집권 여당의 재선 의원이자 재산 212억 원을 신고한 이 의원은 모든 짐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침묵했던 여권도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은 창업주이자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과 회사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당은 이스타항공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이미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무산을 한 번 겪은 데다 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마저 끝내 매각이 좌절되는 등 항공업계 분위기도 좋지 않다"면서 "창업주 책임론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재매각이 신속하게 성사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과 계약금 반환을 놓고도 소송이 예고돼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계약금 115억 원과 대여금 100억 원 등 총 225억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선행조건을 모두 이행했으며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스타항공은 지난 9일 임시주총 개최에 이어 향후에도 계약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계속 임시주총을 소집한다는 계획이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