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텔' 등 데이유즈 상품 잇따라 출시…"반나절 상품이라도 팔아야 할 처지"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특급호텔들이 불문율로 여겨졌던 '대실'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히, 재택근무가 급격히 늘자 직장인들을 겨냥한 '재텔(재택+호텔)'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생존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진 만큼, 가격 경쟁력이나 숙박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 외에도 '데이유즈(Day Use·대실)' 등 상품 저변을 넓혀나가는 호텔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이 최근 '데이유즈'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강남권 터줏대감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다. 지난 7월부터 '하프 데이 스페셜' 상품을 내놨다. 특급호텔로서 이례적인 행보다. 이름대로 딱 12시간 동안 반값(8만8000원)에 객실을 이용하는 패키지로 투숙 시간은 아침 8시부터 당일 오후 8시까지다. 수영장·피트니스 등 부대시설 무료이용은 덤이다.
밀레니엄 힐튼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데이유즈 상품을 내놨다. 수영장과 사우나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같은 힐튼 계열인 콘래드 서울도 대실 상품을 판매한다.
늘어나는 재택근무 수요를 잡기 위해 '오피스'를 자처하는 호텔도 적지 않다. 거리두기 2.5단계로 재택근무가 늘고 있단 점에서 집에선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카페를 갈 수도 없는 직장인들을 노렸다. 집 대신 객실을 사무실처럼 이용하면서 호텔 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글래드 호텔앤리조트에서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 고객들을 위해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를 10월 31일까지 선보인다. 호텔로 출근해 패키지는 서울 지역 4개의 글래드 호텔(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마포,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글래드 라이브 강남)에서 이용 가능하다. 오전 8시 체크인 후 당일 저녁 7시 체크아웃하며 블루보틀의 싱글 오리진 1캔과 오뚜기 스낵박스(미니뿌셔 또는 뿌셔땅 2개, 진짬뽕 1개, 진짜장 1개로 구성) 1개를 제공한다.
글래드 호텔 마케팅 관계자는 "재택근무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 직장인들을 위해 패키지를 기획하게 됐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나 개인 단위의 고객들에게 문의가 오고 있다"면서 "아늑한 조명, 넓은 책상 등 편안하게 업무할 수 있도록 최적화 된 글래드 호텔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재택근무를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레스케이프 호텔도 오전 8시~오후 8시 사이에 이용 가능한 '워크케이션' 패키지를 내놨다. 라망 시크레에서 조식을 제공하며 객실 내에 비치된 미니바에서 소프트 드링크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투숙기간 중 사전예약제로 프라이빗하게 운영되는 피트니스 이용도 가능하다.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 역시 오는 30일까지 '호텔에서 재택근무' 패키지를 진행한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스탠다드 객실 오전 8시 체크인해 당일 오후 7시 체크아웃과 함께 1인 브런치 세트(에그베네딕트), 커피쿠폰 1장을 제공한다. 또 넓게 트인 비즈니스 전용 라운지에서 개인 업무 등을 할 수 있도록 4시간 무료 제공되며 물, 음료와 함께 커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도 7만4000원짜리 재텔 근무 상품을 운영 중이다. 오전 8시부터 최대 12시간 객실에 머무르며, 피트니스 센터, 실내 수영장, 사우나(2인)를 이용할 수 있다. 추가 비용을 내면 맥주 2캔과 프렌치 프라이, 치킨 윙, 새우튀김 등을 제공한다.
목시 서울 인사동 호텔은 '오피스 인 목시(Office in MOXY)' 패키지를 내놨다. 오전 8시 체크인 후 당일 저녁 7시 이용할 수 있으며, 간단한 스낵류(팝콘, 피시스넥, 음료1캔)가 제공된다. 머무는 동안 2층에 위치한 고객 전용 라운지에서 개인 업무는 물론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로 호텔업계는 적극적으로 대실 상품을 확대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그간 국내 호텔업계에서 대실은 금기에 가까웠다. 과거 그랜드하얏트 서울 등 일부 특급호텔에서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유즈 상품을 선보인 적 있으나 지금처럼 일반 고객까지 확대한 것은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낮에만 숙박시설의 객실을 빌리는 데이유즈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국내에서는 '대실' 하면 모텔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 때문에 특급호텔에서는 도입을 극도로 꺼려왔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여행심리가 곤두박질치고 그나마 매출방어선 노릇을 하던 뷔페 등 식음과 연회행사마저 끊기면서 위기타개 카드로 대실이 거론됐다. 감염병 위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10~20%대 객실점유율(OCC)로 버티며 마냥 코로나 리스크가 해소되기만을 기다릴 순 없단 판단에서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여행객이 뚝 끊긴 데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호캉스' 수요도 주춤하고 있어 호텔업계가 최악의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면서 "재택 근무족을 위한 반나절 상품이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 숙박 소비성향 등을 고려하면 데이유즈 상품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여가 패러다임이 바뀌며 특급호텔도 기존의 생존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진 만큼, 빈 객실을 판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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