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 가중 우려도 나와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신용대출의 급격한 확대로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들어가자 은행권이 신용대출 창구를 조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낮추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2020년 8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7월 말 대비 14조 원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중심으로 11조8000억 원 증가했으며, 제2금융권은 카드대출과 보험사 계약대출 증가 등으로 2조2000억 원 증가했다.
금융권 신용대출도 7조7000억 원 늘었다. 은행권 신용대출이 5조7000억 원 증가했으며 제2금융권도 2조 원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진 이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예금과 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주식시장에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일어난 점도 신용대출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의 급격한 확대를 우려한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신용대출의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생계자금, 사업자금 수요 증가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인터넷 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확대 노력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도한 신용대출이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리자 업계에서는 대출 승인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거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신용대출을 조이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출) 승인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의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줄이려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한도를 줄어야 하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더욱 어려워지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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