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상의 회장 후보 최태원·서정진 등 거론…12월 윤곽 드러날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차기 회장은 누구일까. 22대 박용만 회장의 임기가 반년 남짓 남은 가운데, 벌써 재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름이 대한상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박용만 회장 체제 아래 명실상부 '경제계 대표'로 자리를 잡은 법정 경제단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의 회장 후보군이 몇몇 재계 주요 인사로 좁혀지고 있다.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12월쯤 드러날 예정이지만, 최근 재계 원로들 사이에서 차기 회장을 놓고 추대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상의 회장은 구성원들의 합의 추대로 호선하는 것이 관례로, 박용만 회장 역시 전체 부회장 만장일치 추대로 대한상의 회장에 올라 지난 2013년(3년 임기, 한 차례 연임 가능)부터 단체를 이끌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떠오르고 있다. 회장직 추대론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이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최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1998년부터 20년 이상 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재계 맏형'으로서 존재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박용만 회장이 직접 사석에서 최태원 회장에게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감뿐만 아니라 탁월한 소통 능력에서도 경제계를 대표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태원 회장은 내부적으로 구성원들과 격의 없는 스킨십을 나누고, 외부적으로는 포럼 등을 통해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탁월한 소통 능력을 보이고 있다. 각국 상공회의소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 나아가 재계와 정부의 소통 창구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최태원 회장에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최근 대한상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을 이끄는 서정진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소 위축된 다른 기업인들과 달리 존재감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올해 말 은퇴를 공식화했고, 추후 행보에 대해 재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밖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후보군이 좁혀지며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정작 대한상의 내부는 차분한 분위기다.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상의는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해 "연말 회장단 회의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한상의 내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은 대한상의의 높아진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역할이 줄어들게 됐고, 사실상 현 정부 들어 재계와 산업계 목소리는 대한상의가 대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한상의는 국내 경제계를 아우르는 제1 경제단체로 급부상했고, 그만큼 영향력도 커진 상태다.
높아진 단체의 위상만큼이나 차기 수장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진 것이다. 대한상의 회장은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강한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기업의 현장 애로를 해소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담당한다. 때로는 기업 관련 법·제도 개선을 위해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내뱉어야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경제단체의 대표로 올라선 대한상의의 수장을 뽑는 일인 만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며 "높아진 위상을 고려했을 때 경제계를 아우를 수 있는 경륜과 안정감, 그리고 '재계 대표'라는 상징성을 고루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884년 한성상업회의소로 시작된 대한상의는 1946년 조선상공회의소 창립 후 1948년 대한상공회의소 및 서울상공회의소로 개칭했다. 이중재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이세현 조양견직 회장, 송대순 대한증권 사장, 전용순 금강제약소 회장, 전택보 천우사 회장, 박두병 동양맥주 회장, 김성곤 쌍용양회공업 회장, 태완선 대한중석광업 회장, 김영선 대한재보험 회장, 정수창 동양맥주 회장, 김상하 삼양사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이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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