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실거주 막는 정부…'갭투자' 말라더니 오히려 조장

실거주를 목적으로 전세를 낀 집을 샀더라도 이미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놓은 상태라면 집을 기존 세입자에게 양보하고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선화 기자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시 새 집주인 2년 기다려야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실거주 목적으로 전세를 낀 집을 사도 세입자가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새로운 집주인은 바로 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국민들은 정부가 도리어 '갭투자'를 조장하는 꼴 아니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지난 10일 세입자가 있는 상태의 주택 매매와 관련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대한 유권해석 내용을 정리했다.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샀을 경우다. 이미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상태라면 기존 세입자가 2년을 더 살 수 있다는 해석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토부는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기존의 임대차 계약 내용을 승계하게 된다"며 "세입자가 이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새로운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해도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도 "세입자가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할 경우 계약 단계에서 세입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본인 의지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새로운 집주인은 실거주 목적이 있더라도 그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 하고 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본인이 산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차 계약 만료 6개월 전~1개월 전(올 12월 10일 이후 최초 체결 혹은 갱신된 계약은 6개월 전 ~2개월 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 가능하다.

국민들은 오히려 정부가 갭투자를 하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주인이 바뀌었다면 새 집주인은 본인 혹은 직계존비속의 입주를 이유로 현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미 잔금까지 치르고 등기상 집주인으로 돼 있어야만 청구권 거절이 가능하다. 계약만 하고 잔금을 치르기 이전이라면 계약 거절이 안 되는 것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집 매수자의 경우 집에 입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산다면 현 세입자의 임대차 기간과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건 현 세입자의 임대차 만료 6개월 이전 잔금까지 치르고 등기를 이전해 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유권해석을 두고 국민들의 불만은 치솟고 있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만 소유하라고 연일 외쳐대던 정부가 오히려 갭투자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갭투자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갭투자 시대의 종언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실수요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더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정책의 형평성도 없고 마냥 임차인 편만 드는 악법이다", "갭투자 말라더니 이젠 법으로 갭투자를 하게 만들고 있다", "살다 살다 세입자에게 동의서를 받으라니. 엄격한 사유권 침해다"라는 등의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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