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업 진출에 액세서리 확대까지…차별화 전략이 관건
[더팩트|한예주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액세서리 사업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 '온라인 퍼스트 전략'과 '우수 고객 서비스' 등을 내세워 불황을 타개하고 있는 한섬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통해 종합패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액세서리 편집숍 오픈…의류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 전면 재정비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오는 24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더 한섬 하우스 콜렉티드' 쇼룸을 열고,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서 단독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 한섬 하우스 콜렉티드'는 타임·마임·시스템·랑방 컬렉션 등 한섬의 13개 자사 패션 브랜드의 주요 액세서리 제품을 한데 모은 액세서리 편집 매장이다.
한섬은 액세서리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전담 조직도 확대했다. 액세서리 디자인과 소재 개발 등을 전담하는 디자인실과 기획실을 신설했으며, 여기에 각 브랜드별로 분산됐던 액세서리 제품 기획 업무를 모두 '액세서리(잡화) 사업부'로 통합해, 소재 조달과 생산 공정 고도화에도 이미 나선 상태다.
한섬은 기존 핸드백과 스카프 등 소품류에 그쳤던 제품군을 남녀 슈즈를 중심으로 주얼리, 모자, 마스크 등으로 다변화시켜 올해 액세서리 제품 수를 지난해보다 30% 늘린 총 1400종을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액세서리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도 액서리만큼은 고신장세를 유지하면서 한섬도 해당 사업의 가능성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상반기 한섬의 잡화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며, 그 중 여성캐릭터·캐주얼 브랜드의 패션 액세서리 매출 신장률은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표적으로는 △마인(260%) △랑방컬렉션(140%) △시스템(150%) 등이 있다.
한섬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전문 액세서리 브랜드를 키워왔다면 앞으로는 타임·마인 등 자사 유명 패션 브랜드의 제품 카테고리를 의류에서 액세서리로 확장한다는 뜻"이라며 "한섬만의 '고품격 패션 DNA'를 액세서리 사업에도 그대로 접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올해 액세서리 사업 매출 목표를 지난해(170억 원)보다 두 배 늘어난 350억 원으로 잡았다. 또한, 내년부터 액세서리 전문 매장과 온라인 채널 확대 및 면세점 진출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연간 매출 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1000억 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 화장품 시장 '출사표'…생존 위한 사업 다각화
한섬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보인 것은 지난 5월부터다.
한섬은 지난 5월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섬이 패션 외 사업에 진출한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회사는 클린젠 코스케슈티칼이 확보한 화장품 제조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내년 초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타임 옴므'에서 증정용 화장품을 시범 제조하는 등 시장 반응을 조사하는 준비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이 같은 한섬의 행보는 그간 의류 중심으로만 운영되던 사업 방식을 재검토한 결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는 수년간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고가 명품과 저가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로 수요가 몰리자 중간 가격대의 국내 패션회사들은 자금난에 처하면서 일찌감치 시장의 한계성을 직면, 시너지를 낼 사업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자 외출과 여행 등이 눈에 띄게 감소한 데다, 주요 기업들의 재택근무까지 겹쳐 패션만으로는 회사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어려움은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섬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2766억 원, 영업이익은 5.5% 줄어든 141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가 잡화나 화장품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패션업계 성장률은 정체됐지만 잡화나 화장품 시장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가파른 만큼 당분간 성장 동력을 찾는 패션기업들의 사업 진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치열한 경쟁…동종업계와 차별화 관건
패션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 속 동종업계와의 차별점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패션기업들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을 출시하는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을 통해 키 높이 효과를 강화한 스니커즈 '하이 러시'를 출시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를 통해 슈즈 제품을 출시했다. 슈콤마보니를 운영하고 있는 코오롱FnC 또한 산하 핸드백 브랜드 '쿠론'에 슈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브랜드 다변화에 나섰다.
핸드백 브랜드 분크는 최근 의류에 이어 주얼리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또 '엠씨엠(MCM)'을 전개 중인 성주그룹은 유명 주얼리 브랜드 타테오시안과 주얼리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화장품 역시 한섬보다 먼저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바바그룹 등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해 연 매출 2000억 원대 브랜드로 키웠으며, LF는 2018년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룰429'를 선보였고, 바바그룹은 지난해 스킨케어 브랜드 '더뷰티풀팩터'를 시장에 내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패션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액세서리,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어 그 브랜드와 제품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면서 "경쟁이 점차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브랜드의 이미지와 품질, 가격, 마케팅 등 사실상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타 기업들과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겠지만 사실상 한섬은 다양한 브랜딩 경험이 있고, 이번 액세서리 경우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 브랜드를 강화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전개해온 프리미엄 전략을 잘 고수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듯싶다"고 덧붙였다.
윤현주 한섬 잡화사업부장(상무)은 "액세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의류 중심인 한섬 주요 브랜드를 '토탈 패션 브랜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며 "액세서리 제품 특성을 살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