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카, 노사 갈등 온라인 판매 '먹통'…경영진 신뢰 부족 탓?

중고차 업체 케이카가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정인국(왼쪽 위) 케이카 대표는 과거 노조의 인사차별을 진행한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더팩트 DB, 케이카 제공

노조, 지난달 말부터 온라인 판매 거부 파업 돌입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국내 최대 중고차 업체 '케이카(K car)'의 온라인 판매가 노사 갈등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판매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케이카는 지난달 말부터 온라인 판매 서비스가 중단돼 있다. 회사가 공지한 '고객 클레임 감소 방안'을 노조가 반대하면서 부분 파업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제시한 방안에는 온라인 판매 중에 생기는 차량상태, 청결, 탁송, 결제 등의 고객 불만이 제기될 경우 관련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는 무리한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노조원들은 인터넷 판매 서비스인 '내차사기 홈서비스' 운영을 중단하고 고객에게 전화상담이나 매장 방문을 요구하고 있다.

케이카는 지난 2015년 중고차 업계 최초로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시작했다. '내차사기 홈서비스'는 온라인으로 바로구매 또는 바로결제하면 고객의 집 앞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다. '내차사기 홈서비스'의 누적 이용건수는 24만대를 넘어섰다. '내차사기 홈서비스'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30~40% 수준으로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일부 케이카 직원들은 인터넷 판매 서비스인 내차사기 홈서비스 운영을 중단하고 고객에게 전화상담이나 매장 방문을 요구하고 있다. /케이카 홈페이지

케이카 관계자는 "홈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브랜드 강화 차원으로 클레임 감소 방안을 내놨지만 노조의 반대로 보류 중인 상태"라며 "현재 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케이카는 직원들과 합의하지 않고 고객 클레임 감소 방안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온라인 판매 등 일부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모든 노조원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아 홈서비스를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수의 노조원이 홈서비스를 중단해 고객 불편은 이어지고 있다. 케이카는 전국 각 지점에 약 900명가량의 직원이 있으며 이 가운데 7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카 노조 관계자는 "지난 4일 회사와 교섭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라며 부분 파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파업 확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회사에서 보류한 것"이라며 소통 없는 케이카 경영진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케이카는 지난해 초 최현석 전 대표 후임으로 정인국 대표를 선임했다. 당시 노조는 정인국 대표가 지난 2018년 내부 임직원 비위 징계위원회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간 인사차별를 진행했다며 강하게 비난한 인물이다. 정인국 대표는 지난해 취임부터 현재까지 노조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소통의 노력에 대해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들린다.

이에 대해 케이카 관계자는 "정인국 대표는 최고재무관리자(CFO) 출신으로 합리적인 경영인"이라며 "창단멤버로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고 현장 및 스텝 모두 친화적"이라고 반박했다.

케이카의 온라인 판매 서비스인 내차사기 홈서비스가 노사 갈등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중고차 시장은 차량 이용이 증가하는 여름 휴가철과 이후 추석 연휴를 성수기로 꼽는다. 또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어 중고차 시장이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대면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케이카는 노사 간 갈등으로 중고차 성수기에 오히려 고전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케이카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개선방안을 마련해서 서비스를 정상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SK엔카를 인수해 케이카를 세운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도 노조와 대립은 부담될 수 있다. 경영진과 노조가 갈등을 빚고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기업 가치 상승이나 향후 매각시 흥행에 실패할 수 있어서다.

한앤컴퍼니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말 그대로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대상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한다. 이후 수익성 제고와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매각함으로써 매매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PEF가 기업 매각에 나섰을 때 강성 노조가 있다면 인수자에게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심지어 매각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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