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전세시장 축소되도 소멸되진 않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시행 후 한 달이 지났으나 전세 매물은 사라지고 가격은 혼조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임대차법은 지난 30일 계약갱신청구권제(2+2년)와 전월세상한제(5%이내)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국회를 통과해 같은달 31일부터 시행 중이다.
7일 부동산 중개 앱 직방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을 전후로 7월과 8월 서울에서 각각 8827건과 5099건의 전세거래가 발생했다. 직방은 이 중 동일단지 및 면적에서 양 월 모두 거래가 발생한 1596개의 사례를 조사에 활용했다.
한 달 새 전세보증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전용면적 107㎡였다. 해당 매물은 7월 6억50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에는 8억9500만 원에 거래되며 한 달 만에 2억4500만 원이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의 전용 131㎡도 7억5000만 원에서 9억8000만 원으로 2억3000만 원가량 올랐다.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 전용114㎡도 약 2억2000만원 가 량 오른 8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대치아이파크 전용 119㎡가 7월 18억 원에서 지난달 19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1억5000만 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래미안 대치하이스턴 전용 110㎡는 전세가격이 약 1억 원 상승했고, 우성1차와 은마의 전용 85㎡는 5000만 원 가량 올랐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금천구, 관악구, 구로구,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에서도 같은 기간 전셋값이 상승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파크 푸르지오 전용 85㎡는 7월 최고 4억5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8월에는 최고 6억 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상계동 비콘드림힐3 전용 85㎡도 1억5000만원 오른 5억 원에 거래됐다.
강북권의 신흥 주거지로 떠오른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는 마포구 중동 울트라월드컵 전용 85㎡가 8월 5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7월 최고가와 비교해 1억3000만 원 가량 올랐다. 용산에서는 왕궁 전용 102㎡가 같은 기간 9000만 원 오른 4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반면 전세 대신 월세로 계약된 경우가 많았던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60㎡이하 소형면적은 다수의 매물들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써밋, 반포자이 전용 60㎡ 전세가격은 한 달 새 각각 1억3000만 원, 1억5000만 원, 1억5800만 원, 2억750만 원 각각 하락했다.
직방은 전세가격이 임대차법 시행 후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전세매물이 희소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등까지 더해져 임대인이 실거주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한 몫 했다는 관측이다. 단 전세시장이 월세시장으로 급격히 전환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 전세시장은 단지별로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기존 전세매물이 월세로 바뀌기도 하며 법 개정 이후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단지별로 소형면적 중심으로 월세거래가 발생하며 오히려 7월보다 8월 거래가격이 낮은 사례도 관측됐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이어 "전세시장이 불안정 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시장의 이슈는 전세시장의 소멸과 월세시장의 도래다"며 "현재와 같은 대출 규제상황에서는 결국 전세라는 일종의 사금융제도를 통해 주택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주의 안정성측면과 부동산의 미래가치라는 투자자들의 시각을 감안하면 전세시장은 축소되더라도 소멸되지는 않을 전망이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