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업체 "수수료 인상 계획 없어"
[더팩트|이민주 기자] 일부 배달대행업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배달료(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수수료 인상을 단행한 업체는 "'거리두기 2.5' 방역조치 시행에 따라 배달 물량이 폭주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배달음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도미노 인상'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생각대로, 거리두기 시행에 '코로나 할증'…"불가항력"
2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서비스업체 '생각대로' 노원지사는 지난달 30일 배달 기본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가맹점에 발송했다.
생각대로 송파지사 역시 이날부터 기본 수수료를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강남구와 서초구 역시 이날부터 기본 수수료를 4500원으로 올렸다.
생각대로는 이를 '코로나 할증 500원'이라고 표현하며, 코로나19로 주문이 폭주해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상된 수수료를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안을 권유했다.
생각대로는 공문을 통해 "지속된 장마와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코로나 발병으로 50% 이상 늘어난 주문 폭주와 휴식 없이 장시간 지속된 근무로 배달종사원들의 사고와 병가율이 높아졌다"며 "2.5단계 거리두기 시행을 앞두고 코로나 할증 500원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하는 만큼 가맹점 사장님들의 많은 이해와 양해 부탁한다"며 "배달팁을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법으로 권유를 드리고 싶다. 사장님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 수수료 인상, 숨은 배경은 '라이더 유치 전쟁'?
업체 측의 해명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강화된 거리두기 지침으로 배달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배달료를 올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달 29~31일까지 배달의민족(배민) 전체 주문 수는 전주(22~24일) 대비 9% 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카페·디저트 카테고리 주문 수가 25.9% 급증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업체 간 라이더 유치가 어려워진 점을 수수료 인상의 배경으로 이유로 꼽는다. 타 업체에서 자사 라이더 모집을 위해 상여금, 인센티브를 내놓으면서 배달 대행업체가 라이더 유치를 위해 배달 수수료 인상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민은 배민라이더스 신규 배달원 1명당 최대 100만 원의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고 있으며, 요기요 역시 신규 요기요 익스프레스 배달원에 보너스 50만 원을 준다.
쿠팡이츠 라이더 배달 수수료는 5000원이며, 여기에 기상 조건이 악화하거나 주문량이 폭증하면 추가 배달료(1만 원 이상)를 지급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 주문이 늘어난다고 배달비를 올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주문이 늘어나면 라이더들의 수입도 오르는 편"이라며 "날씨 등으로 배달 환경이 좋지 못한 때는 배달앱 회사에서 인센티브 형식으로 추가 비용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건당 최대 만 원 이상의 배달료를 지급하는 타 배달앱 업체에 라이더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수료를 올린 것 같다"라며 "'기사들의 요구 조건을 수렴해야만 했다'고 표현한 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 배민·쿠팡 등 배달앱 "배달비 인상 계획 없다" 강조
수수료 인상 우려 속에 쿠팡,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은 수수료 인상은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배민은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 '배달앱 공룡' 탄생으로 수수료 인상 논란이 일자, 향후 3년간 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딜리버리히어로와 인수·합병으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자사는 기존에 기본 배달료를 올린 적도 없다. 인상할 계획도 없다"며 "코로나19로 배달이 늘어나는 등 라이더들의 업무 환경 부분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프로모션 형태로 추가금을 지급하고 있다. 비용은 본사가 부담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 역시 "배달료를 현재 기준에서 변동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