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보단 온라인 강화…유인책 등 경쟁력 과제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패션업계가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내놓는 등 언택트 소비 확산 추세에 맞춰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는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고정비가 적게 들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패션회사들에게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대비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과 오픈마켓 등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는다.
◆ 대세는 '언택트'…패션업계, 너도나도 온라인 비중 확대
1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브플먼트(VPPLEMENT)'를 론칭했다. 언택트 소비 증가로 온라인 의류 판매가 늘자 M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새롭게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그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신규 수입 브랜드 국내 론칭 시 오프라인 매장을 위주로 운영하는 관행을 깼다. 온라인을 통해 먼저 공개하고 온라인 위주로 판매하는 전략을 세우는 등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 결과 지난 2월 론칭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의 경우 목표 매출을 2배 초과 달성했으며, 여성복 '지컷'은 기존 가격보다 30~50% 낮은 온라인 전용라인을 론칭해 Z세대의 가심비와 가성비를 모두 잡고 있다. 이탈리아 비건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은 기존 수입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오픈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타깃 연령대별 소비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명확한 콘셉트의 상품을 기획해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브플먼트는 MZ세대가 원하는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업계 최초로 온라인 자사몰을 선보인 LF 역시 온라인 비중 확대에 애쓰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LF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최근에는 패션, 뷰티를 넘어 리빙관을 선보이고 가전제품까지 판매하는 등 종합 라이프스타일 전문 쇼핑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올 봄에는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으며, 남성 캐주얼 브랜드 '일꼬르소' 역시 온라인에서만 운영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년까지 빈폴스포츠 오프라인 매장을 100여 개 철수하고, 빈폴액세서리는 SSF샵에서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빈폴키즈와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 성과를 봤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통해 수익성 제고는 물론 자사 몰 유인 요소로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랐다.
코오롱FnC는 MZ세대를 공략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6월 사내 프로젝트 팀을 통해 온라인 전용 브랜드 '24/7(이사칠)'을 론칭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도 올해 들어 온라인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섬은 올해 상반기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 'EQL' 등 3개 온라인몰에서 12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765억 원)에 비해 62% 신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들 온라인 패션몰의 회원 수도 26만 명이나 늘었다. 지난해 29만 명이던 더한섬닷컴의 누적 회원 수는 36만 명으로, H패션몰은 100만 명에서 116만 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최근 론칭한 모바일 편집숍 'EQL'도 한 달 만에 회원 수가 3만 명을 넘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한섬은 온라인사업의 확장을 위해 다음 달 중순 H패션몰을 리뉴얼해 더욱 편리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고, 신규 브랜드 등 콘텐츠를 개선해 경쟁력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 고정비 부담 적어 '이득'…소비자 무관심은 '과제'
이처럼 패션업계가 온라인 강화에 나선 것은 패션 소비 채널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패션업계는 백화점과 가두점 등 오프라인 위주의 영업 전략을 전개해 왔다. 백화점 입점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이 같은 인식은 많이 희석됐으며, 코로나19 사태라는 대형 악재가 오프라인 매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하자 패션회사들은 일제히 전략을 수정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671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했다. 패션 상품군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올해 6월 3조8494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3083억 원) 대비 16.4% 늘었다. 무신사, 지그재그 등 온라인 플랫폼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오프라인은 급격한 하락세 양상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백화점에 비싼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면서까지 매장을 유지할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으로 갈수록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30~40%에 육박하는 백화점 판매 수수료를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값비싼 백화점 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키우고 매장은 철수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면서 "온라인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판매수수료·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이 적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의 소비 환경 변화가 급격해졌다"면서 "패션회사들도 미래를 위한 전략뿐만 아니라 당장 생존을 위해 온라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장점에도 패션회사들의 자사몰과 온라인 전용 브랜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적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여기에 이미 오픈마켓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를 잡은 업체가 수두룩 하고, 소비자 선택지 역시 이와 비례한다는 점도 패션회사들에게는 고려해야할 점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자사몰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온라인쇼핑에 익숙해진 만큼 오프라인 시장에서 제품을 애용하던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다"고 답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