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렛보다 싸게"…백화점 빅3, '오프 프라이스'로 불붙은 가격경쟁

소비 침체와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한계에 부딪힌 국내 백화점 빅3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탑스 매장 사진.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 '빅3' 매장 확대 속도…오프라인 돌파구 기대

[더팩트|한예주 기자] 국내 백화점들이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저렴한 가격에 해외 유명 브랜드를 판매하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ff Price Store, OPS)' 사업 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롯데·신세계백화점에 이어 현대백화점까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매장을 확대하면서 백화점 '빅3'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중이다.

소비 침체와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통해 손님을 끌어들이고, 미래 고객인 2030대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할인 판매로 입점 매장으로부터 불만 등을 겪을 수 있고 앞다퉈 신규 출점에 몰두하다 보면 금세 포화시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제기하고 있다.

◆ "미국서 먼저 통했다"…오프라인 유통 돌파구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말 그대로 할인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언뜻 보기엔 이월 상품을 싸게 파는 아울렛과 비슷하지만,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백화점에서 상품을 100% 직매입해 재고관리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아울렛과는 차별점을 지닌다. 특히, 유통업체가 직매입을 하기 때문에 할인율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 할인율이 40~75%로 일반적으로 아울렛의 30~60%보다 높다.

이미 미국 백화점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성장이 한계점에 달하자 돌파구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적극 도입한 바 있다. 미국의 대표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의 '랙', 삭스피프스애비뉴의 '오프피프스', 니만마커스의 '라스트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3000여 개의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가 운영 중이다. 기본적으로 백화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 힘입어 성공적인 안착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국내 유통업계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백화점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고 저성장기가 시작됨에 따라 신규 점포 확장에도 한계가 있다. 해외 직구 증가에 따른 백화점 고객 이탈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해외 직소싱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고, 가격 경쟁력 확보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가 성장 한계에 봉착한 백화점 사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 사태 이후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인 티제이맥스는 연간 36조 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명품 브랜드를 싸게 잘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보물찾기하듯 젊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 탑스가 40개 매장으로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며, 신세계백화점의 팩토리 스토어는 8개, 현대백화점 오프웍스는 2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팩토리 스토어 매장 사진. /신세계백화점 제공

◆ 국내 선두는 롯데·신세계百…지난 28일 현대百은 2호점 오픈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롯데백화점이 가장 먼저 오프 프라이스 사업에 속도를 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5년 12월 업계 최초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탑스(TOPS)'를 선보였다.

2016년 론칭 당시 7개였던 탑스 매장은 현재 40개로 확대됐으며, 2016년 5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18년 370억 원, 2019년엔 580억 원으로 신장했다. 2022년에는 매출 1000억 원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프 프라이스 전담팀인 '탑스(TOPS)팀'을 만드는 등 해당 사업에 힘을 싣기도 했다. 탑스팀은 해외 바이어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돼 상품 발주부터 매장 오픈까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판매 실적이 우수한 상품군을 별도 브랜드로 런칭하는 '스핀오프 전략'도 실시하는 중이다. 현재 스니커즈 전문 편집숍인 'Sneaker Bar(스니커바)' 점포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남성전문, 패션 주얼리, 캐주얼 전문 편집샵 브랜드도 개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 8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점에 '팩토리 스토어(FACTORY STORE)'란 이름으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열었다. 가장 최근 오픈한 영등포점을 포함해 총 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신규 출점에 따라 매출 역시 지속적으로 신장 중이다.

팩토리 스토어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전개하고 있는 분더샵, 델라라나, 무스너클 등 패션브랜드 외에도 까사미아, 마리메꼬 등 리빙 브랜드까지 만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H&M, 자라 등 SPA 브랜드와 유사하게 한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들을 자유롭게 착용해보고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고객 응대 방식도 소비 주류층인 밀레니얼과 Z세대의 특성에 맞춰 비대면 응대 방식인 '셀프서비스'를 도입했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에 가장 늦게 뛰어든 현대백화점은 2019년 9월 '오프웍스(Off Works)' 1호점을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지하 1층에 오픈했다. 2018년 9월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을 열며 시험으로 운영한 팝업스토어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브랜드 선정·시스템 개발 등의 준비를 거쳐 정식 매장을 연 것이다.

지난 28일에는 현대시티아울렛 가든파이브점에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인 오프웍스 2호점을 열었다. 오프웍스 2호점은 562㎡ 규모로, 120여 개 패션·잡화·리빙 브랜드의 이월 상품과 신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2호점은 외국인 관광객 등이 자주 찾는 동대문 상권과 달리 강남·송파·판교 등 대표적인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며 "명품뿐만 아니라 키즈, 스포츠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MD를 보강한 만큼 가족단위 고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쇼핑과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가격경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입점 매장과의 협의도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오프웍스 1호점 모습. /현대백화점 제공

◆ 가격경쟁 한계 '우려'…입점 매장 불만도 '과제'

백화점업계는 오프 프라이스 사업이 침체된 오프라인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형성장 정체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백화점들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통해 온라인과 맞설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은 물론,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신규 브랜드를 직접 선보임으로써 상품 차별화를 해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명품 특히,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틈새시장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성장성이 뚜렷한 만큼 앞으로 백화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답했다.

다만, 가격 경쟁의 한계에 대한 우려를 표하시는 시선도 존재한다. '아울렛보다 저렴한 매장'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각 사들의 가격 경쟁이 제 살 깎아먹기식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할인 판매에 따른 입점 매장의 불만도 여전히 과제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의 경우 일반 매장에 비해 할인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일반 매장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해외 직구나 온라인 쇼핑몰, 각종 아울렛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할인율로 승부를 봐야한다"면서도 "상품 선정이나 할인율에 따라 입점 매장과의 의견차가 좁혀지기 힘들기 때문에 쉬운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각 백화점들이 추가 출점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자체가 금세 포화상태가 될 수 있어 수익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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