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이 직접 밝힌 퇴임 이유는? "후진에 기회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오른쪽)이 25일 지난해 말 신동빈 회장에게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며 후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더팩트 DB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지난해 말 신동빈 회장에게 사임 의사 밝혔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근 '깜짝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황각규 부회장이 "지난해 말 신동빈 회장에게 2020년 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며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이번에) 퇴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각규 부회장은 25일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자신의 퇴진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황각규 부회장은 "1995년 롯데그룹의 매출은 6조 원 남짓이었다. 현재는 70조 원으로 성장했다"며 "이러한 성장의 역사에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그룹에 몸담았던 선후배들과 그룹 외부에서 도와주신 여러분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최근 후계 구도 분쟁, 2017년 사드 문제, 2019년 한일 갈등,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에 의해 롯데그룹은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요구 등으로 그룹은 지금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이제 후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황각규 부회장이 퇴임 소회를 담은 서신을 공개한 건 갑작스러운 퇴임에 대한 여러 추측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재계에서는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이 연말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갑자기 물러난 것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황각규 부회장은 "후임으로 유통과 서비스 부문에 경험이 있고 현재 롯데하이마트 CEO를 맡고 있던 이동우 사장이 부임해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지원과 지도편달 당부드린다. 오랜 기간 감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1979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여천 공장에 현장 엔지니어로 입사한 황각규 부회장은 1990년 신동빈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5년 본부 국제부 초대 국제부장으로 부임해 그룹 전략을 책임졌다. 2000년부터 총 80여 건의 M&A를 실행하며 그룹 성장을 이끌었고, 롯데지주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르며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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